
2일(현지시간) 각국 상호관세를 발표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듣도 보도 못했던 관세율 때리기
미국이 유례없는 관세 폭탄을 일방적으로 내던지면서 수치마저 오락가락했던 셈인데 관세 산정 방식조차 허술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미국무역대표부(USTR)가 공개한 산정법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가 주장하는 각국의 대미관세율은 사실상 미국의 무역적자를 수입액으로 나눈 것에 불과했다. 예를 들어 트럼프는 한국의 대미 관세가 50% 수준이라고 주장했는데, 이는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 660억 달러를 대미 수출액 1351억 달러로 나눈 값과 실제로 맞아떨어진다.
이런 단순한 나눗셈을 근거로 트럼프는 "(대미 관세율 50%의) 절반을 디스카운트(discount) 해주겠다"며 한국에 25%의 관세를 부과했다. 사실상 미국과 교역에서 보는 흑자의 절반을 관세 형태로 내놓으라는 주장이다. 비관세 장벽과 상품의 가격 탄력성, 불공정 행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는 미국 측 설명과는 배치되는 '주먹구구 계산법'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최악의 장벽" 지적 뒤 협상 여지 두기

3일 오후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 자동차전용부두에 수출용 차량들이 늘어서 있다. 뉴스1
트럼프의 측근으로 불리는 프레드 플라이츠 미국우선주의정책연구소(AFPI) 부소장도 이날 방한 중 세종연구소 주최 포럼에서 "(상호 관세율은) 협상을 거치면서 바뀔 것"이라고 예측했다. 다만 각국이 관세 인하를 노리고 경쟁적으로 대안을 내놓게 되는 구조 자체가 트럼프가 설계한 '죄수의 딜레마' 형국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상급서 '싱글 패키지' 합의해야"
최병일 법무법인 태평양 통상전략혁신허브 원장(이화여대 명예교수)은 "한국도 트럼프의 거대한 흥정판 안에 들어왔고 게임은 시작된 셈"이라며 "상호관세 부과 등 트럼프 2기 출범 이후 문제 됐던 것을 모두 모아서 추후 정상회담에서 '싱글 패키지'로 합의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의 머릿속에 '자유 무역'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기 때문에 한·미 FTA 재개정 등은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며 "트럼프가 집중하는 제조업 대미 투자 확대, 무역수지 적자 해소 방안 등을 고안해서 크게 주고받기를 시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 세계 무역상대국을 대상으로 상호관세를 발표한 3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9.16포인트(0.76%) 내린 2,486.70에, 코스닥 지수는 전장 대비 1.36포인트(0.2%) 내린 683.49로 마쳤다. 연합뉴스
"최고위급 범정부 대책 시급"
김재천 서강대 국제대학원장은 "한국이 주요 대미 수출 경쟁국보다 더 높은 상호관세율을 적용받게 된 배경에는 정상급 리더십의 공백도 한 요인일 수 있다"며 "지금까지는 민간 차원에서 트럼프 행정부에 개별적으로 접근하거나 산업부 장관, 통상교섭본부장 등 주무 부처 중심으로 방미 활동이 이뤄졌지만, 이제는 범정부 차원에서 매력적인 패키지 딜을 마련해 전략적인 '주고받기' 협상에 나서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