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4월2일 상호관세를 발표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백악관은 2일(현지시간) 이번 상호관세 대상에서 반도체는 제외됐다고 보도 참고자료를 통해 밝혔다. 상호관세 미적용 대상으로는 다른 관세가 부과된 철강, 자동차 외에 구리·의약품·목재, 금괴 등도 거론했다.
반도체·통상전문가들은 비탄력적 품목인 반도체의 특성상 관세를 부과하는 것이 미국 스스로 이득이 되지 않기 때문에 이런 결정을 내렸다고 분석한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미국 기업인 인텔이나 마이크론 역시 해외에서 반도체를 생산해 가져오는 만큼 반도체 자급률이 매우 떨어진다”라며 “관세를 부과하는 것이 오히려 미국 테크기업들에게 굉장히 불리한 구조이기 때문에 좀 더 검토하거나 유예하는 상황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정형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반도체는 대체할 수 있는 다른 품목이 없는 필수제이기에 관세를 많이 올리더라도 필요하면 무조건 수입을 해야 한다”라며 “자신들의 공급망에서 부정적 영향이 클 수 있는 분야는 상호관세에서 제외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여전히 존재하는 불확실성

신재민 기자
또한 중간재인 반도체의 특성상 제품 자체의 수출보다는 우회 수출이 많은데 결과적으로 세금 영향을 피할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장상식 원장은 “한국 반도체는 베트남으로 수출해서 가전·휴대폰 등 공장에서 조립돼 미국으로 가는 경우가 많다”라며 “직접적인 영향은 없지만, 베트남의 관세가 46%로 높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한국 기업이 부과해야 하는 세금은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신재민 기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공식 입장을 내놓지는 않았지만, 내부적으로 이번 발표 내용을 면밀히 따져보며 향후 있을 품목별 관세 부과 등에 대한 대응책을 다각도로 논의 중이다.
보조금 안갯속, 투자 향방은?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를 무기 삼아 반도체 기업들에 투자를 압박해왔다. 하지만 관세도 보조금도 불투명한 상황에 놓이며 기업들 입장에서는 향후 대미 투자를 쉽게 결정하기 힘든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미국 투자 액설러레이터’를 신설하고 보조금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상무부의 반도체법 프로그램 사무국을 이 기구 산하에 두도록 하면서 “전임 행정부보다 훨씬 나은 합의를 협상해 흥정에 따른 이득을 납세자에 가져다주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향후 보조금 지급 규모 축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전문가들은 이런 불확실적인 상황에서 대미 투자를 섣불리 결정하기보다 실리를 추구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TSMC가 대미 투자를 공격적으로 늘렸지만, 대만에 32%라는 비교적 높은 상호관세가 부과된 데 따라 “미국 비위 맞추는 게 효과가 없다”는 이야기가 나오기 때문이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보조금도 결국 약속인데 미국은 이를 이행하지 않으려 하고 있다. 우리도 대미 투자를 유연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라며 “결국 미국이 원하는 건 안정적인 반도체 공급이니 한국 공장에서도 공급이 차질 없게 하겠다는 신뢰를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형곤 선임연구위원도 “미국은 한국과 반도체 공급망 연계성이 그리 높지 않은, 생태계가 잘 구축되지 않은 곳”이라며 “이런 곳에 대규모 투자를 늘리기보다는 신중하게 점진적으로 늘려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