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달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의료현장 정상화를 위한 정책 토론회'에서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을 주제로 발제하고 있다. 뉴스1
정부의 의대증원에 반발하는 전공의·의대생의 집단행동이 1년 넘게 이어지는 가운데, 의사들의 법정단체인 대한의사협회(의협)가 다시 내부 갈등에 빠졌다. 부회장을 맡고 있는 전공의 대표의 언행에 다른 임원들의 불만이 분출되면서다. 내부 회의에서는 집행부 탄핵(불신임) 가능성까지 처음으로 거론됐다.
3일 의료계에 따르면 전날(2일) 오후 열린 의협 상임이사회에서는 박단 부회장(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의 소셜네크워크서비스(SNS) 게시글 등 최근 언행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앞서 의협은 의대생들의 수업 복귀에 대해 “각자 판단을 존중할 것”(김성근 대변인)이라는 입장을 냈으나, 박 부회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팔 한 짝 내놓을 각오도 없이 뭘 하겠다고”라고 적는 등 복학한 의대생을 강하게 비난했다.
이처럼 박 부회장이 집행부의 공식 입장과 배치되는 개인 의견을 표출하는 데 대해 이날 회의에서 다른 임원들의 불만이 제기됐다고 한다. 의료계 관계자는 “박 부회장이 의대 교수, 의대생 등 의료계 내부를 향한 비난을 일삼는 것에 그간 누적됐던 불만이 터져나온 것”이라며 “집행부 불신임 우려까지 처음으로 언급됐다”고 전했다.
김성근 의협 대변인은 3일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가진 정례브리핑에서 이같은 내분을 일부 인정했다. 김 대변인은 “박 부회장이 SNS에 올렸던 글은 저희도 굉장히 부적절했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내부에서도 많은 논의가 진행됐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여러 직역 및 세대 간 갈등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당연하다”며 “집행부는 다양한 의견에 귀를 열고 듣고 대응할 준비가 돼있다”고 해명했다. 의협이 명확한 투쟁 방향을 제시하지 못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성과를 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성과로 보여드리겠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김성근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이 지난달 28일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정례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앞서 의협은 의대생 제적이 현실화하면 투쟁에 나서겠다고 했지만, 이날도 구체적인 계획은 공개하지 않았다. 김 대변인은 “실제 연세대 본과 4학년 한 명이 제적됐다”고 전하면서도 “의협이 한두 명 제적 사안에 반응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의대 교수님들이 어떻게 움직일 수 있는가 등 흐름에 따라 반응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투쟁에 대해 기본적인 로드맵을 날짜까지 확정해놓은 상태”라고 덧붙였다.
교육계에 따르면 학교에 복귀한 의대생들의 수업 참여율은 여전히 저조한 편이나 일부 대학에서는 조금씩 오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기준 고려대 의대는 본과 2학년 63.5%(74명 중 47명)이 수업을 들었고, 서울대 본과 4학년은 64.8%(111명 중 72명), 연세대 본과 4학년은 47.3%(93명 중 44명)가 수업에 참여했다.
이날 보건복지부는 2027년도 이후 의사 수를 과학적으로 추계하기 위한 수급추계위원회(추계위) 법안이 전날(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데 따른 후속조치를 신속하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법 시행 전이라도 의사 단체 등에 전문가 위원 자격요건 등 위원 추천 관련 사항을 사전에 안내할 방침이다.
김성근 대변인은 추계위에 대해 “구조와 내용에서 의협이 동의하기 어려운 내용이 많다. 협회는 내부에 가칭 ‘의사 수 추계센터’를 설립해 객관적인 근거를 만드는 역할에 먼저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정부의) 추계위 참여는 실제 구성이 진행되는 시기에 판단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