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노보드 신동' 최가온 / 삼성동 올댓스포츠 / 2025.04.03 / 김현동 기자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국가대표 최가온(17·세화여고)에게 '공중에서 연기하는 느낌'을 묻자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여고생은 발랄할 거라는 선입견을 깨는 그는 수많은 전장을 누빈 승부사 얼굴을 했다. 인터뷰 내내 표정 변화가 없었고, 답변은 거침없었다. 그는 허리 부상을 딛고 2024~25시즌 세계 정상급 선수로 돌아왔다. 1년 만의 복귀. 지난 1월 락스(스위스) 국제스키연맹(FIS) 스노보드 월드컵 동메달, 2월 애스펀(미국) 월드컵 은메달. 단숨에 한국계 미국인 스노보드 스타 클로이 김(25)의 후계자로 떠올랐다. 클로이 김은 2018 평창,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여자 하프파이프에서 금메달을 딴 '전설'이다. 그는 올 시즌 최가온이 입상한 두 차례 월드컵에서 모두 우승했다.
시즌을 마치고 귀국한 최가온을 3일 서울 삼성동에서 만났다. 그는 "큰 부상을 겪은 탓에 '다시 할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눈 위에 서니 두려움은 사라졌다.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한계 뛰어넘은 게 가장 큰 성과"라고 말했다. 이어 "가장 좋아하는 음식 매운 떡볶이를 먹고 친구들을 만나니, 며칠 전 치열한 승부의 세계에서 있었다는 게 실감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 2월 애스펀 월드컵에서 연기를 펼치는 최가온. 마치 하늘을 나는 것 같다. AFP=연합뉴스
세계 정상 문턱에서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지난해 1월 훈련 도중 허리를 심하게 다쳐 수술대 위에 올랐다. 최가온은 "부상도 안타까웠지만, '오랜 기간 운동할 수 없을 거'라는 의사 선생님 말씀에 더 속상했다. 흐름이 좋았는데, 실력을 끌어올릴 타이밍을 놓친 게 슬펐다"고 돌이켰다. 1년의 재활 끝에 이번 시즌 성공적으로 재기했다. 지금까지 네 차례 월드컵 중 부상당했던 지난해 1월 락스 대회를 빼고 모두 시상대에 올랐다. 그는 "운명처럼 부상당한 대회에서 (올해 1월) 1년 만에 복귀해 동메달까지 땄다"고 말했다. 다시 스노보드를 타는 게 무섭지 않았을까. 그는 "어차피 해야 할 일이라면 무서워할 시간에 노력하는 게 낫다"고 답했다.

한국 선수로는 사상 두 번째로 스노보드 월드컵에서 금메달을 따낸 최가온. 연합뉴스
올해 세계선수권은 클로이 김의 저력이 드러난 대표적 대회였다. 악천후 때문에 대부분 선수들은 제 기량을 발휘 못했다. 실수를 줄이기 위해 소극적인 연기를 펼치거나 아예 과감한 플레이로 '한 방'을 노린다. 반면 클로이 김은 흔들림 없이 묵묵하게 자신의 플레이를 펼쳤다. 최가온은 "클로이 언니는 강풍 탓에 기술 훈련 중 12번이나 쓰러졌다. 한 번 쓰러지면 통증이 엄청 심하다. 그래서 두세 번만 쓰러져도 기술을 포기하고 난이도 낮은 기술로 바꾸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클로이 언니는 끝까지 훈련해 대회에서 기술을 성공했다"고 짚었다.

최가온에겐 클로이 김을 이길 비장의 무기가 있다. 사진 올댓스포츠
시즌이 끝난 만큼 당분간은 학교에 열심히 다닐 계획이다. 최가온은 "대회 출전으로 학업에 집중하지 못해 아쉽다. 그래도 글 쓰는 걸 좋아한다. 틈틈이 전자패드 메모장에 시 짓는 걸 즐긴다"고 말했다. 취미를 묻자 "인생이 바빠서 취미를 갖는 건 쉽지 않다"더니 "훈련이나 경기를 앞두고 가수 지드래곤 노래를 즐겨 듣는다"며 처음으로 미소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