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일이었던 4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모습. 연합뉴스
대통령 탄핵 국면이 일단락되면서 국내 증시는 반등 기회를 노리고 있다. 커다란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된 만큼, 지난해 코스피 부진을 주도했던 외국인투자자들의 순매도세가 진정될 거란 기대감이 작용하고 있어서다. 다만 미국 상호관세 부과와 중국의 보복 관세로 전 세계가 사실상 ‘무역 전쟁’에 돌입하면서, 차기 행정부의 관세 협상과 통화·재정 정책에 따라 증시 상단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헌법재판소가 윤 전 대통령의 탄핵을 인용한 지난 4일, 코스피200 선물 미결제약정(OI)은 28만5101건으로 지난해 12월 3일 계엄령 선포 이후 평균(29만2834건) 수준에 머물렀다. 미결제약정은 선물 종목에서 아직 청산하지 않고 보유 중인 계약수의 총합으로, 전체 시장은 국내 증시를 관망하고 있다는 의미다. 투자 주체별로는 외국인투자자가 ‘팔자’에 나선 코스피200 선물 물량을 기관투자가가 받아내는 모습이었다.
국내 증권사들은 일단 코스피 상승 여력이 늘어났다고 보고 있다. 국내 정치 상황이 안정돼 외국인 자금이 유입되고 원화가 강세를 띌 가능성이 커진데다, 추가경정예산(추경) 집행과 금리 인하에도 초록불이 켜졌기 때문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탄핵 인용으로 국내 정치의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해소됐다. 주식·외환시장에 안도감이 유입되며 빠른 정상화가 예상된다”며 “원화 강세가 전개될 경우 외국인 수급도 개선이 가능하다. 이는 코스피의 반등 탄력을 강화하고, 글로벌 증시 대비 상대적 강세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박근혜·노무현 때 보니…3개월 후 코스피 반등
실제로 과거에도 헌재의 탄핵 결정 후 코스피는 중기적으로 상승하는 경향을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017년 3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인용 3개월 후 코스피는 2381.69로 탄핵 당일(2097.35)보다 13.6%, 6개월 후엔 11.7% 올랐다. 중국의 긴축 정책으로 ‘차이나 쇼크’가 겹친 2004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 심판 당시엔 탄핵 기각 결정 직후 코스피가 10%가량 급락하기도 했지만, 기각 3개월 후엔 766.7로 헌재 결정 당일(768.46) 수준을 거의 회복했고 6개월 후엔 876.67로 14.1% 반등했다.
지난 5일(현지 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시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에 반대하는 시위가 열리고 있다. AFP=연합뉴스
관건은 ‘관세 전쟁’으로 인한 미국 경기 침체와 국내 수출 기업 실적 악화 우려다. 증권업계는 단기적으로 관세 협상 등으로 증시 낙폭이 확대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수정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수급이 개선되려면 4월 안에 미국 경기 침체 우려가 먼저 해소될 필요가 있다”며 “당분간 지수 탄력은 둔화하고, 중국 매출 비중이 높은 엔터, 게임, 소비재 같은 종목 위주의 장세가 짙어질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이 연구원은 “단기 등락은 불가피하지만, 트럼프 관세 정책 우려가 정점을 통과하고 국내 정치적 리스크 해소, 원화 강세, 외국인 수급 개선을 동력으로 코스피가 저점 대비 10~13% 상승 여력이 있다고 예상한다”고 했다.
이병준 기자 lee.byungjun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