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산불 현장서 44년 노후 헬기 추락…70대 조종사 사망

6일 오후 3시 41분 대구시 북구 서변동에서 난 산불진화 작업에 나선 헬기가 추락해 조종사(74) 1명이 숨졌다.   사진은 사고 현장 모습. 연합뉴스.

6일 오후 3시 41분 대구시 북구 서변동에서 난 산불진화 작업에 나선 헬기가 추락해 조종사(74) 1명이 숨졌다. 사진은 사고 현장 모습. 연합뉴스.

대구에서 산불 진화에 투입된 임차 헬기가 추락해 70대 조종사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달 26일 경북 의성 산불 현장에서 헬기가 추락한 지 11일 만이다.

6일 대구소방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41분 북구 서변동의 한 야산에서 산불을 끄던 헬기가 현장에서 100m가량 떨어진 곳에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헬기에 타고 있던 조종사 정모(74)씨는 현장에서 숨진 것으로 파악됐다. 

사고 현장 목격자는 “밭에서 일을 하고 있었는데 헬기가 인근 저수지인 이곡지에서 물을 퍼서 하늘로 올라가다가 갑자기 균형을 잃고 아래로 추락했다”며 “조종사를 구하려고 했는데 헬기가 순식간에 불길에 휩싸였다”고 진술했다. 국토교통부·경찰 등은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다. 

사고 헬기는 생산한 지 44년 된 BELL-206L 헬기다. 미국 벨 헬리콥터사에서 1981년 만들어진 담수량 550L의 상업 헬기다. 동구가 산불 진화에 쓰기 위해 매년 봄·가을 240일간 민간업체(더스카이)와 계약해서 사용하고 있다. 동구 관계자는 “지난해 10월에 산불 진화를 위해 계약한 헬기”라며 “사고 조종사는 해당 헬기의 메인 조종사다”라고 말했다. 

앞서 이날 오후 3시 12분 대구소방본부에 “산불이 났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대구소방본부는 대응 1단계를 내리고 헬기 5대, 차량 24대와 69명을 투입해 1시간 만인 오후 4시 18분 진화를 완료했다. 산림 당국과 북구는 현장에 인력을 보내 뒷불 감시작업을 하고 있다. 


지난달 26일 오후 1시쯤 경북 의성군 신평면 교안리 산불 현장에서 헬기가 추락하는 사고로 조종사 1명이 사망했다. 뉴스1

지난달 26일 오후 1시쯤 경북 의성군 신평면 교안리 산불 현장에서 헬기가 추락하는 사고로 조종사 1명이 사망했다. 뉴스1

산불을 끄던 헬기가 추락한 사고는 올해만 벌써 두 번째다. 지난달 22일 경북 의성군에서 발생한 산불을 끄던 강원도 임차 헬기가 26일 진화 작업 도중 신평면의 야산에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해 40년 넘는 경력의 베테랑 조종사 고 박현우 기장이 순직했다. 추락한 헬기는 미국 시콜스키사가 1995년 7월 생산한 S-76A였다. 에어팰리스 항공 소속으로 담수량 1200L의 상업 헬기다. 산불방지센터가 민간 업체와 일괄계약한 임차 헬기로 평소에는 강원도 인제군에 머무르다 불이 나면 진화에 나선다.

한편 관계당국은 이날 사고로 블랙박스가 불에 타버리면서 원인 조사에 난항을 겪고 있다. 당시 일부 목격자 등이 “전신주 전선에 걸린 것 같다”고 진술했지만, 한국전력 경북본부 측은 “확인 결과 현장에 전신주가 존재하나 배전설비(전신주) 피해 사실이 없다”며 “전신주에 걸려 헬기가 추락했다면 배전 설비 피해에 따라 정전이 발생해야 하나 정전 발생도 없었다”라고 밝혔다. 국토교통부 사고조사위원회 등은 사고 당시 모습을 촬영한 영상 자료 등을 수집하는 방법으로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