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인용 결정문을 낭독하고 있다. 이날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윤 대통령 파면을 결정했다. 뉴스1
8인의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고 밝힌 지난 4일 헌법재판소 결정문에서 4명의 재판관들이 굳이 2대2로 보충의견에서 맞선 부분이 있었다. ‘탄핵심판 증거 채택 절차에서 형사소송법상 전문법칙(傳聞法則·전해 들은 말은 증거로 채택하지 않는 재판의 원칙) 조항을 어느 정도로 따라야 하는지’에 관해서였다.
헌법재판의 절차에 관한 규정은 헌법재판소법 제40조로 정해뒀다. 기본적으로는 민사소송법을 준용하고, 특별심판 중 탄핵심판은 형사소송법을 준용하며 권한쟁의‧헌법소원 심판은 행정소송법을 함께 준용하도록 했다. 여기엔 ‘헌법재판의 성질에 반하지 아니하는 한도에서’란 전제가 붙는다.
“탄핵과 형사재판 달라, 형소법 적용 완화가 맞아” 이미선‧김형두

정근영 디자이너
우선 이미선‧김형두 재판관은 “탄핵심판과 형사소송 절차의 차이, 신속한 절차 진행의 필요성 등을 고려해 형사소송법 전문법칙 조항을 완화해 적용할 수 있다”는 그간 헌재의 판단을 강화하는 보충의견을 냈다. 두 재판관은 “탄핵은 파면 여부만 결정하는 것으로 형사책임 유무를 심판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가장 강력한 국가공권력인 ‘국가형벌권’을 실현하는 형사소송 절차와 본질적으로 차이가 있다”며 “형사소송법을 헌법재판의 성격에 맞춰 완화해 적용하는 현행 방식이 합당하다”고 썼다. 일단 형사소송은 국가를 대리한 검사와 피고인이 맞붙는 형태라 피고인의 ‘방어권’을 강조하지만, 탄핵은 국회가 소추‧의결하는 것이고 수사에 관여할 수 없기 때문에 당사자 지위 불균형의 문제가 없다고도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결정 당시 ‘변호인이 입회해 적법성이 담보되는 조서는 증거로 채택할 수 있다’고 한 전례도 들었다. 이후 2020년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피고인이 재판에서 동의하지 않은 본인 및 공범의 수사기관 진술조서까지 재판의 증거로 쓸 수 없게 됐다. 이미선‧김형두 재판관은 “탄핵과 형사재판과 ‘공범’의 개념이 같지 않고 헌법재판에선 ‘관련자’일 뿐인 주변인의 수사기관 진술조서를 사용하는 데 문제가 없을 뿐더러 적법성‧임의성이 담보되는 조서를 채택함으로써 피청구인에게 일방적으로 불이익하다고 볼 수도 없다”고 했다.
이들은 “탄핵소추 의결을 받은 자는 권한행사가 정지돼, 국정공백과 혼란이 매우 크므로 신속한 심리 필요성이 강하게 요청된다”며 “그런데 엄격한 전문법칙을 적용할 경우 다수 증인신문으로 절차의 장기화를 피할 수 없다”고도 덧붙였다.
“탄핵심판도 형사소송처럼 방어권 보장해야” 김복형‧조한창
두 사람은 “동일한 사실관계인데 탄핵심판, 형사소송이 다른 결과가 나오면 법질서의 통일성과 신뢰성이 저해된다”며 “불일치를 가급적 줄여야 하고, ‘형사소송이 진행 중이면 탄핵심판을 중지할 수 있다’고 한 헌법재판소법 51조의 취지에도 맞는다”고 했다.
다만 이들 역시 모든 관련자의 진술조서를 인정하지 말자는 것은 아니고 “반대신문을 하지 못한 일부 조서의 증거능력은 인정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피청구인에게 반대신문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 반드시 탄핵심판의 신속성의 요청에 반하거나, 그보다 덜 중요하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제는 탄핵심판절차의 신속성과 공정성, 두 가지 충돌되는 가치를 보다 조화시킬 방안을 모색할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은 국회 회의록도 증거로 채택할 수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치적 성향과 이해관계에 따라 질의 이끌 가능성 높고, 국회 참고인은 증언감정법상 선서를 하지 않고 진술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통진당도, 朴도, 尹도 ‘절차 불공정’ 주장…“규정 보완해야”
헌법재판소·헌법재판연구원 의뢰로 2023년 10월 발간된 ‘헌법재판과 사실인정’ 제도개선 연구 보고서는 “헌재법이 탄핵심판의 세부 절차를 명확히 규정하지 않은 채 ‘형사소송법 등을 준용’하도록 막연한 규정만 두고 있어 절차의 적법성 및 공정성 시비가 있었다”며 “헌법재판의 특성을 뒷받침할 근거 법령이 부족하고 전직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례만 있어, 탄핵심판절차에서 전문증거법칙 등을 심판규칙 개정 등으로 보완해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