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장원 부동산선임기자
4개 구 아파트는 재고량(41만 가구)과 연간 거래량(지난해 1만2400가구)이 각각 서울 전체의 20% 정도이고 거래금액(지난해 25조5000억원)은 40%에 달한다. 서울 아파트 시장을 주도하는 선두그룹이 토지거래허가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그런데 토지거래허가제가 조정대상지역 등 다른 규제보다 낯설다 보니 세부 기준을 두고 시장에 혼란이 적지 않다.

한남더힐
건축물대장의 아파트 대지지분 대상
허가 대상인 '아파트'부터 헷갈린다. 정확하게 말하면 허가 대상이 아파트가 아니라 건축물대장 상의 아파트로 사용되는 땅이다. 주거지역 6㎡ 등 일정한 크기를 초과하면 자치단체에 거래허가를 받아 계약해야 하고 2년간 이용(거주)해야 한다. 아파트는 건물과 땅(대지지분)을 분리할 수 없는 일체이다 보니 사실상 아파트 거래허가제다.
강남ㆍ용산 아파트 거래허가 규제
서울 아파트 20%인 41만 채 대상
대지지분 6㎡ 넘으면 원룸도 대상
고가 연립·주상복합 제외돼 논란
서울 아파트 20%인 41만 채 대상
대지지분 6㎡ 넘으면 원룸도 대상
고가 연립·주상복합 제외돼 논란
건축법령의 용도별 건축물 종류 기준에 따르면 아파트는 5층 이상인 공동주택이다. 단독주택(다가구주택 포함)과 4층 이하의 공동주택인 연립주택·다세대주택은 허가 대상에서 빠진다. 건물 연면적이 660㎡를 초과하면 연립주택이고 이하이면 다세대주택이다. 재벌 오너가 많이 살고 한때 공동주택 공시가격 만년 1위였던 서초구 서초동 트라움하우스5차가 대표적인 연립주택 사례다. 4층 건물이고 가장 큰 주택형이 전용 273㎡이고 대지지분이 245.9㎡다.
한 울타리 안에 같은 간판을 쓰지만 동별로 아파트와 연립주택이 구분된 단지도 있다. 초고가 주택인 용산구 한남동 한남더힐이다. 32개 동(600가구) 중 21개 동이 5~12층인 아파트이고 나머지 11개 동(83가구)이 1~3층 연립주택이다. 단지의 부지가 5층 이상을 짓지 못하는 1종 주거지역과 아파트 건립이 가능한 2종 주거지역으로 나뉘어 있어 1종 주거지역에 연립주택이 들어섰다. 연립주택 크기가 전용 212~244㎡다. 전용 244㎡ 대지지분이 239.3㎡이고 올해 예정 공시가격이 118억6000만원이다. 전용 243㎡(올해 공시가 98억9300만원)가 지난달 175억원에 거래됐다.

정근영 디자이너
그런데 5층 이상이라고 모두 아파트가 아니다. 5층 이상 연립주택·다세대주택이 많다. 서초구 방배동 D단지는 15층 건물인데 다세대주택이다.
서초구청 관계자는 "층수는 모든 층이 아니라 주택으로 쓰는 층을 기준으로 산정한다"고 설명했다. D단지의 경우 1~11층이 주택이 아닌 상가·의원·사무실·오피스텔이다. 주택으로 쓰는 층은 12~15층 4개 층이고 여기에 들어선 12가구의 총 연면적이 660㎡ 이하인 601㎡여서 다세대주택이 된 것이다.
상업지역 주상복합 대지지분 작아
아파트만 거래허가 대상이면 도시형생활주택은 어떻게 될까. 도시형생활주택은 2010년대 초반 이명박 정부가 주택공급을 늘리기 위해 건축규제를 완화한 300가구 미만 전용 85㎡ 이하 주택을 말한다. 인허가 상의 분류다. 건축물 종류로는 여러 가구가 한 건물에 사는 공동주택에 속해 다시 아파트·연립주택·다세대주택으로 세분된다. 아파트인 도시형생활주택만 거래허가 대상이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건축물대장에 아파트 등의 구분 없이 '도시형생활주택'으로만 표시된 경우가 있는데 구청 건축과 등을 통해 아파트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건축물 종류에서 연립주택 등이 빠져나갔듯 같은 아파트 내 허가대상 면적 기준에도 구멍이 있다. 주거지역이 아닌 상업지역에 지어진 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다. 상업지역이어서 허가 대상 면적(15㎡ 초과)이 주거지역보다 넓은 데다 주상복합 아파트 용적률(사업부지 대비 지상연면적)이 높아 주거지역 아파트보다 대지지분이 적다.
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의 대명사인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는 '국평'(국민평형) 규모인 전용 84㎡만이 아니라 전용 92㎡까지 토지거래허가를 받지 않고 매매할 수 있다. 전용 84, 92㎡ 대지지분이 각각 12.4㎡, 13.3㎡인데 상업지역이어서다. 전용 84㎡가 1월 27억7500만원에 거래됐다.

전용 92㎡까지 토지거래허가제를 피한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
상한제 피한 미니 아파트에 '불똥'
곳곳에 토지거래허가제 틈새가 있지만 난데없는 불똥이 튄 아파트도 있다. 토지거래허가제는 30가구 이상이나 재건축·재개발 단지에서 공급하는 최초 분양은 예외로 뒀다. 건립 가구 수나 일반분양분이 30가구 미만이면 거래허가 대상이다.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 1위에 오른 강남구 청담동 에테르노청담 등처럼 주택법이 아닌 건축법에 따라 30가구 미만으로 지어진 아파트와 리모델링 단지의 30가구 미만 분양분을 분양받을 때 거래허가를 받아야 하고 준공 후 거주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박경민 기자
건물 모양·크기 따라 희비가 엇갈리는 웃픈 아파트 토지거래허가제는 집값이 뛰자 당초 땅값을 잡으려 만든 규제를 급하게 건축물인 아파트에 쓰면서 빚어진 결과다. 풀 베는 낫으로 나무를 자르는 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