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천국에 나타난 논란의 천사 앙헬 카브레라

6년만에 오거스타에 나타난 앙헬 카브레라. AFP=연합뉴스

6년만에 오거스타에 나타난 앙헬 카브레라. AFP=연합뉴스

마스터스가 열리는 미국 조지아 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장은 깃발 꽂힌 천국이라고 한다. 대회 전날은 특히 그렇다. 파3 콘테스트에서 흰색 점프수트에 초록색 모자를 쓰고 아장아장 걷는 아이들을 보면 이 곳이 천사들이 뛰노는 천국이 맞는 듯도 하다.

올해 마스터스엔 또 다른 천사도 있다. 아르헨티나의 노장 앙헬 카브레라(55)다. 앙헬은 스페인어로 천사라는 뜻이다. 그는 2019년 이후 6년 만에 오거스타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논란의 인물이다.

아르헨티나의 코르도바에서 태어난 카브레라는 부모의 이혼으로 4살 때부터 할머니와 살다가 16세 때 아이 넷을 둔 12세 연상녀와 동거했다.  
골프는 10살 때 캐디로 시작해 소질을 보였다. 독지가의 도움으로 유럽투어에 도전 세 번만인 1996년 카드를 얻었다. 거구에 장타를 치는 그는 매 홀 티샷을 하고 드라이버를 캐디에게 건넨 후 담배에 불을 붙이곤 했다. 

놀라운 건 PGA 투어 3승 중 2승이 메이저대회란 거다. 2007년 타이거 우즈를 한 타 차로 제치고 US오픈에서 우승했다. 2009년 마스터스 연장전에선 옆 홀로 갈 볼이 나무에 맞고 들어와 결국 그린재킷도 입었다.

조던 스피스와 부인 애니 베렛과 딸 소피가 마스터스 파3 콘테스트에서 즐거워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조던 스피스와 부인 애니 베렛과 딸 소피가 마스터스 파3 콘테스트에서 즐거워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카브레라는 2011년과 2013년에도 마스터스 우승 경쟁을 했다. 압박감이 엄청난 메이저대회가 그에겐 더 쉽다. 그는 “다른 선수들이 심리치료사를 찾아갈 때 나는 담배를 피운다”고 했다.


2020년 이후 나쁜 뉴스가 많았다. 여자 친구 상해 및 성폭력 협박 등 가정폭력으로 30개월을 복역하고 2023년 8월 출소했다. 지난해 폭력 전과 때문에 비자를 못받아 마스터스에 오지 못했다는 소식이 들렸을 때 오거스타 내셔널 프래디 리들리 의장은 “비자 문제가 해결된다면 우리의 위대한 챔피언 중 한 명을 환영한다”고 했다.  

카브레라는 비자를 받았고 이번 마스터스 일주일 전인 지난 3일 PGA 챔피언스 투어(시니어 투어)에서 독실한 크리스찬인 최경주를 꺾고 우승도 했다. 챔피언스 투어도 만만치 않다. 30개월을 복역하고도 실력을 잃지 않은 게 놀랍다.

우승으로 이번 대회 그의 출전이 더 논란이 됐다. 영국의 한 여성단체는 ”공을 잘 치면 여성 때리는 것도 용서해야 하느냐“고 했다. 보도에 의하면 카브레라는 핸드폰을 여자 친구 얼굴에 던지기도 했다. 피해자 중 한 명인 세실리아 토레스 마나에는 2021년 인터넷에 “육체적, 정신적 복종관계를 강요했다. 성적 학대와 구타를 당하고 벽장에 갇혔다”고 썼다.

반면 카브레라를 옹호하는 측에선 “부모에게 버림받은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고 지은 죄에 대한 벌을 받았다”고 했다. 카브레라는 지난해 골프다이제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악마는 아니었지만 나쁜짓을 했다. 법정에서 피해자에게 사과했고, 지금 다시 사과한다. 사람들을 실망시켜 매우 부끄럽다. 골프는 내게 모든 것을 줬고, 나는 스포츠에 진 빚을 결코 갚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라고 했다.  

안병훈의 아들 선우 군이 10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장에서 벌어진 마스터스 이벤트인 파3 콘테스트에서 벙커샷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안병훈의 아들 선우 군이 10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장에서 벌어진 마스터스 이벤트인 파3 콘테스트에서 벙커샷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카브레라는 또 “2012년부터 어깨가 아팠고 젊은 선수들과의 경쟁이 힘들어 나쁜 친구들과 어울리기 시작했다”고 했다.  

지난 주 그와 우승경쟁한 최경주는 “마스터스 출전 찬성한다 아니다라는 의견은 없지만 챔피언의 대우를 잘하는 미국이니까 가능한 것 같다. 과거 챔피언으로서 대회에 출전할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오거스타=성호준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