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취재진에 미소를 짓고 있다. EPA=연합뉴스
트럼프는 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미국의 해양 지배 회복’이란 제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그는 행정명령을 통해 미국 해양산업 및 인력을 재건하기 위한 구체적인 전략과 실행방안을 담은 해양행동계획(MAP)을 210일 안에 제출하라고 국무부·상무부·국토안보부·무역대표부(USTR) 등에 지시했다.
명령에 따르면 상무부는 90일 안에 동맹국 조선 업체가 미국에 투자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지원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이와 별도로 상무부·교통부·국토안보부는 상업 및 방위분야 선박 건조 역량, 부품 공급망, 선박 수리 및 해상 운송 능력 등에 대한 투자 확대 방안을 180일 이내로 보고해야 한다.
트럼프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우리는 조선에 많은 돈을 쓸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행정명령엔 해양안보 신탁기금 설립으로 MAP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내용이 담겼다. 안보와 산업 역량을 결합한 조치도 있다. 트럼프는 국방부에 해양산업기반 확대를 위해 국방물자생산법(DPA) 제3조 등을 통한 투자 방안을 검토하도록 했다. DPA는 6·25 전쟁 당시 해리 트루먼 행정부가 필수 물자 확보를 위해 제정한 법이다. 전쟁 등 비상상황에 정부가 민간 기업에 특정 물자 생산 확대를 요구하거나 재정 지원을 해주는 것이 골자다. 트럼프는 지난달 20일에도 광물 생산 확대를 위해 DPA 권한을 활용했다.

지난 2019년 미국 버지니아주 뉴포트뉴스 조선소에서 열린 존 F 케네디 항공모함 진수식. AP=연합뉴스
이에 트럼프 행정부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 조선 전담 부서를 신설하는 등 조선업 부활에 힘쓰고 있다. 선박 건조 능력을 되찾아 미 해군 활동을 지원할 상선을 대거 확보하고 이를 통해 해양 패권을 회복하는 게 목표다.

지난해 9월 경남 거제시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에서 미국 해군 군수지원함 월리 쉬라의 유지 보수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EPA=연합뉴스

지난 1월 중국 장쑤성 타이창의 한 조선소에서 선박들이 건조되고 있다. AFP=연합뉴스
중국산·중국 국적 선박이 캐나다나 멕시코에 정박한 뒤 화물을 육로로 운송하는 것도 제재할 계획이다. 우회 경로를 완전히 틀어막기 위해서다.
미국 조선업이 쇠퇴하는 가운데 급격히 치고 올라온 중국을 겨냥한 조치다. 로이터통신은 “중국 조선소는 매년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상선 화물 용량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며 “1999년엔 이 비율이 5%에 불과했다”고 전했다.
한국으로선 미국으로부터 중국 견제에 동참하란 요구를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행정명령엔 “(중국에 대한) 잠재적 부과와 관련해 조약 동맹국, 파트너국, 유사 입장국 등과 협력해야 한다”는 내용이 있다. 로이터는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 선박 및 중국 국적 선박에 대한 차별 정책을 동맹국에도 강요할 수 있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