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특사 "2차대전 후 베를린처럼 우크라 영토 분할하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 2월 20일(현지시간) 키이우 대통령궁을 방문한 키스 켈로그 미 우크라이나·러시아 특사와 만나 대화를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 2월 20일(현지시간) 키이우 대통령궁을 방문한 키스 켈로그 미 우크라이나·러시아 특사와 만나 대화를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러시아 특사 키스 켈로그가 평화협정의 일환으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 베를린을 동서로 분할한 것처럼 우크라이나 영토를 나누고 비무장지대를 두는 방안을 제안했다.

켈로그 특사는 11일(현지시간) 보도된 영국 일간 더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를 분할해 서쪽 영토는 이른바 ‘평화 보장 군대’(reassurance force)‘로 이름 붙인 영국과 프랑스의 평화유지군이 통제하고, 동쪽은 러시아군이 주둔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그러면서 두 구역 사이엔 비무장지대(DMZ)를 두자고 덧붙였다.

켈로그 특사는 “제2차 세계대전 후 베를린에서 일어난 일과 거의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며 “당시 러시아 점령 지역, 프랑스 점령 지역, 영국 점령 지역, 미국 점령 지역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면서 미국은 지상군을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더타임스는 켈로그 특사의 제안은 우크라이나를 제2차대전에서 패망한 독일에, 러시아를 승리한 연합국에 비교하는 것으로, 우크라이나를 비롯해 여러 당국자를 불편하게 할 수 있다고 짚었다.

또 1945년 나치 독일과 달리 우크라이나는 정부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으며 친서방 성향을 띤다는 점에서 우크라이나를 전후 베를린과 비교하는 것은 맞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도 그동안 영토 분할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온 만큼 켈로그 특사의 제안이 현실화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더타임스 보도가 나간 후 켈로그 특사는 엑스(X·옛 트위터)에 자신의 발언이 잘못 전달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나는 우크라이나 주권을 지원하기 위한 휴전 이후 안정화 병력(resiliency force)에 대해 얘기하고 있었다”며 “분할 관련 논의는 (미군 없이) 연합군의 책임 지역이나 구역을 언급한 것이지, 우크라이나 분할에 대한 언급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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