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4대 석화, 재생에너지 사용량 3% 미만...RE100 달성은 언제?

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기업이 필요한 전력량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자는 ‘RE100’ 캠페인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 4대 석유화학기업(금호석유화학·LG화학·한화솔루션·롯데케미칼)의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은 3%를 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중앙일보가 기업별 지난해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네 기업 모두 재생에너지 사용이 저조했다. 2023년 기준 금호석유화학의 총 에너지 사용량은 4만767 테라줄(TJ)로, 이 중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은 약 2.1%(856TJ)에 그쳤다. LG화학은 13만3424TJ 중 2.4%(3163TJ), 한화솔루션은 4만8511TJ 중 0.7%(332TJ)만이 재생에너지 사용량으로 집계됐다. 롯데케미칼은 총 에너지 사용량 5만5548TJ 중 약 0.01%(6TJ)만이 재생에너지로 최하위를 기록했다.

글로벌 RE100 가입 현황도 미진하다. 한국RE100협의체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글로벌 RE100에 가입한 국내 기업은 총 36곳이다. 국내 4대 석화기업 중에는 롯데케미칼만 유일하게 가입했다. 앞서 LG화학은 2020년 ‘고객과 사회를 위한 지속가능성 전략’을 발표할 당시 향후 2050년까지 제품생산을 100% 재생에너지로 하겠다고 밝히며 ‘2050 탄소 중립 성장’을 선언했다. 그러나 RE100 개념을 처음 주창한 더 클라이메이트 그룹(The Climate Group) 홈페이지에서 확인한 결과, 현재까지도 글로벌 RE100에는 가입돼있지 않은 상태다.

기업이 재생에너지 사용 비중을 당장 높이기엔 현실적 제약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경제인협회가 지난달 산업통상자원부에 제출한 ‘석유화학산업 위기극복 긴급과제’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산업용 전기요금이 기존 킬로와트(kWh)당 165.8원에서 182.7원으로 10.2% 인되면서 전력요금 부담이 증가했다. 한경협은 “석유화학산업은 주요 생산비 중 전력비용 약 3.2%에 달한다”며 “전기요금 인상으로 글로벌 가격 경쟁력 저하가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기업의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재생에너지 전환을 유도할 유인도 부족하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이지윤 숙명여대 기후환경에너지학과 교수는 “2050 탄소중립을 달성하려면 화석에너지 비중을 줄인 만큼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늘려야 하는데, 국내에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가 그만큼 충분히 마련돼 있는지는 의문”이라며 “정부가 재생에너지 인프라 실태를 점검하고, 기업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청취해 정책을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