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란기인 지금 읽어야 할 책”...『로마인 이야기』 출간 30주년 됐다

지난 12일 경기도 파주 '한길 북하우스'에서 한길사 김언호 대표(사진)가『로마인 이야기』출간 30주년을 맞아 진행된 '독자와의 만남' 행사를 열며 독자들 앞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사진 한길사

지난 12일 경기도 파주 '한길 북하우스'에서 한길사 김언호 대표(사진)가『로마인 이야기』출간 30주년을 맞아 진행된 '독자와의 만남' 행사를 열며 독자들 앞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사진 한길사

당시 출판부에 ‘지금 로마에 가고 있다’는 독자들의 전화가 많이 걸려왔죠. 기분 좋은 기억입니다.
12일 오후 경기도 파주 출판단지에 있는 한길북하우스, 『로마인 이야기』 출간 30주년을 기념하는 ‘독자와의 만남’ 행사에서 한길사 김언호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로마인 이야기』는 일본에서 1992년, 국내에선 1995년 출간된 시오노 나나미(鹽野七生·88) 작가의 대하역사평설. 로마의 창건부터 서로마가 멸망하기까지 약 1200년의 역사를 사건과 인물 중심으로 다뤘다.

15권의 분량으로, 매해 한 권씩 총 15년간 출판된 시리즈다. 국내에서 누적 판매 부수 400만권, 전권 1136쇄에 달하는 기록을 세우며 로마를 다룬 교양서로서는 이례적인 주목을 받았다.

이날 열린 30주년 기념행사에는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30여명의 독자가 참석했다. 김 대표는 먼저 『로마인 이야기』의 출판 계기를 밝혔다. 그는 “한길사가 1977년부터 책을 만들었는데, 90년대가 되며 세계화의 바람에 맞는 새 기획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그 중에서도 『로마인 이야기』가 서양 문명의 중심에 있는 로마를 소개하기에 적절하다고 봤다”고 말했다.

현장엔 『로마인 이야기』를 만든 류재화 편집자 등 당시 관계자와 SK에너지 신헌철 전 부회장,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 김미옥 작가 등의 인사가 자리했다. 신 전 부회장은 2007년 SK에너지 임직원 2000명 이상이 참여하는 독서경영 프로그램을 진행해, 2008년 『SK에너지 사람들 로마인 이야기를 읽다』를 펴내는 데 크게 일조했다. 


저자 시오노 나나미는 현지에서 1992년 1권『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를 시작으로 2006년『위기로 치닫는 제국』까지 15년 간 총 15권의『로마인 이야기』시리즈를 내놓았다. 사진 한길사

저자 시오노 나나미는 현지에서 1992년 1권『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를 시작으로 2006년『위기로 치닫는 제국』까지 15년 간 총 15권의『로마인 이야기』시리즈를 내놓았다. 사진 한길사

이들은 한명씩 마이크를 잡고 『로마인 이야기』와의 인연과 소감을 전했다. 책에서 로마인의 관용주의, 법과 제도, 유능한 지도자의 덕목 등을 다루는 만큼 12·3 비상계엄 사태도 언급됐다. 

국립암센터 서홍관 전 원장은 “지난해 12월 3일,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 총 든 군인들이 국회에 들어오는 것을 보며 극적인 역사 현장 속에서 역사적 통찰을 얻고 싶어졌다”며 최근 『로마인 이야기』를 읽게 된 이유를 밝혔다.

김미옥 작가는 “역사가 회귀할 때 정지시킬 수 있는 힘이 독서의 기능이라고 생각한다”며 “비상계엄이 선포된 날, 여의도로 향했는데 젊은이들이 많았다. 보고, 듣고, 읽으며 쌓인 독서의 힘이었을 거란 생각이 들어 기뻤다”고 말했다.

이 책으로 명성을 얻은 김석희 번역가는 개인 사유로 불참했다. 대신 『로마인 이야기』를 만든 류 편집자의 대독을 통해 소감을 전했다. 1994년 봄, 처음으로 『로마인 이야기』원서를 만난 김 번역가는 “이 책을 15년간 내놓겠다는 저자의 포부에 맞춰 가장 젊었던 제가 선택됐다”며 “그 인연이 실로 행운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12·3 비상계엄 사태 후) 권력자와 지식인, 사회지도층의 민낯에 대해 생각해보게 됐다”며 “책을 다시 읽으며 로마인들의 지혜를 떠올려봐야 할 때다. 이런 현실에서 읽을 수 있는 책이 존재한다는 것은 그래도 다행인 일”이라고 전했다.

역사소설가 시오노 나나미는 국내에서 2008년 출간을 마친『로마인 이야기』시리즈 이후에도 2018년 『그리스인 이야기』, 2021년 『황제 프리드리히 2세의 생애』시리즈 등을 통해 국내 독자를 만났다. 작년 4월엔『나의 친구 마키아벨리』가 출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