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티브 위트코프 미 대통령 중동 담당 특사(왼쪽)와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 AFP=연합뉴스
1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스티브 위트코프 백악관 중동 담당 특사와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이 이끄는 양국 협상단은 이날 오만 수도 무스카트에서 2시간가량 핵 협상을 벌였다. 대면 협상이 아닌 바르드 빈 하마드 알부사이디 오만 외무장관이 중간에서 양측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간접 협상이었다. 다만 회담이 끝난 뒤 양측 대표단이 알부사이디 장관 앞에서 몇 분간 대화를 나눴다고 이란 국영 IRIB 방송이 전했다.
협상이 끝난 후 아락치 장관은 이란 국영TV에 “협상의 틀을 마련하는 데 매우 근접했다”고 평가하면서 19일 오만에서 이뤄질 다음 회의에서 협상 일정과 새로운 핵 협정의 전반적인 틀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백악관도 성명에서 “긍정적이고 건설적인 논의였다”며 “상호 이익을 위해 진전된 한 걸음을 내디뎠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긴장감도 포착된다. 위트코프 특사는 11일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 이란을 향해 “우리의 ‘레드라인’은 당신들의 핵 능력을 무기화에 쓸 수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양국 간 타협점을 찾기 위한 다른 방안을 찾아보지 않겠다는 건 아니다”라면서도 “이란이 핵프로그램 폐기를 거부한다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 문제를 넘겨 다음 수순을 결정하도록 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 협상을 원하지만 필요하면 군사력을 동원할 수 있다는 의사를 여러 차례 밝혀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 대통령 전용기에서 기자들에게 “(협상이) 잘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확실하게 이뤄지기 전까진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아락치 장관도 현지 매체 인터뷰에서 “우리는 가능한 한 빨리 합의하고자 노력하고 있지만, 합의 도달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은 그저 꿈을 꿀 수 있을 뿐”이라고 응수했다.
실제 협상 타결 가능성은 아직 오리무중이다. 양국의 입장차가 커서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이 핵 프로그램의 완전한 제거를 약속할 경우 미군과 이스라엘군이 이란을 공격하는 것을 막고, 대(對) 이란 제재 해제를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이란은 제재 해제 조건으로 핵개발 프로그램을 완전히 중단하는 것을 원치 않고 있다.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왼쪽)이 12일(현지시간) 오만 수도 무스카트에서 바르드 빈 하마드 알부사이디 오만 외무장관과 악수를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하지만 최근 비상회의에서 정부 고위인사들의 직언을 듣고 생각이 변했다. 역대 최악의 경제난을 겪는 상황에서 미국의 협상에 불응하거나 협상이 결렬돼 미국과 무력 충돌이 벌어지고, 이로 인해 경제난이 더 심화하면 정권 존립 자체가 위협받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고 한다. 이에 하메네이는 협상 참여를 결정하고 아락치 장관에게 전권을 위임했다.
미국과 이란이 직접 핵 협상에 나선 것은 2015년 이후 처음이다. 양국은 지난 2015년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를 통해 이란의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을 제한하고 제재를 풀어주기로 했다. 하지만 트럼프 1기 때인 2018년 미국이 합의를 파기하고 제재를 재개했다. 이에 이란은 미국과의 직접 협상을 거부하고 2019년부터 핵 프로그램을 재가동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