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낙동강에서 처음 과불화화합물이 발견된 2018년 당시 경북 구미하수처리장에서 방류한 물이 낙동강으로 합류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021년 환경운동연합이 국내 제조 화장품 안에 들어있는 과불화화합물 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뉴스1
때문에 유럽과 미국에선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 7일 발간된 국회입법조사처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연합(EU)은 최근 하수처리지침을 개정해 과불화화합물을 미세플라스틱과 함께 신종오염물질 관리 대상에 포함했다. 또한 하천에 과불화화합물을 배출한 회사는 처리 비용의 80%를 부담하도록 했다.

지난해 4월 프랑스 남부 살랭드르에 위치한 과불화화합물 배출 공장에서 프랑스 '미래 세대를 위한 협회' 자원봉사자들이 폐수 샘플을 채취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과불화화합물의 유해성은 주로 동물 실험으로 입증됐다. 하지만 미국과 유럽은 과불화화합물이 이미 인체에 축적되고 있어 광범위한 건강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고 보고 있다. 미국 EPA는 2016년 음용수 내 과불화화합물 6종(PFOA, PFOS, PFHxS, HFPO-DA, PFBS)에 대한 기준치를 0.07µg/㎥로 설정했다. 하지만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지난해 2종(PFOA, PFOS)에 대해선 0.004µg/㎥, 3종(PFHxS, PFNA, HFPO-DA)은 0.01µg/㎥를 넘지 않도록 강화했다.

프랑스 정부가 지난해 4월 과불화화합물(PFAS) 사용 제한 법안을 통과시킨 이후, 스테인레스 프라이팬 제조업체인 크리스텔에 주문이 몰려 공장이 바쁘게 돌아가는 모습. AFP=연합뉴스
국내 폐수장에선 농도 5배 높아진 경우도
하지만 시민단체 등은 기준치가 높아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하고 있다. 이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정부·지자체 등 관리 주체가 이 수치를 초과하지 않게 관리해야 한다는 의미”라며 “과거 선진국의 기준인데, 연구개발을 통해 관리 수준과 방법을 선진화하려 한다”고 말했다.
관련 연구를 수행하고 있는 국립환경과학원은 지난해부터 6종에 대한 모니터링을 시작했고 올해는 29종으로 대폭 넓힌다고 밝혔다. 국립환경과학원은 지난달 열린 ‘물의 날’(3월 22일) 학술대회에서 “폐수 처리 시설에서 주요 6종이 유의미한 수준으로 걸러지지 않고 있다”며 “정화 과정에서 과불화화합물이 산화하며 과불화옥탄산(PFOA)으로 전환돼, 정화 전보다 정화 후에 5배 높은 농도로 나타난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하천에 유입된 과불화화합물은 정수 처리장에서도 걸러지지 않아, 결국 수돗물에도 포함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4일 국제 환경 저널 ‘워터 리서치X’에 게재된 부산대 연구팀의 논문에 따르면, 산업 시설이 밀집된 낙동강 유역 정수장 14곳의 처리수를 2021년 수집해 분석한 결과, 시료의 77.8%에서 PFOA가 미국 기준치를 초과해 검출됐다. 이 외에도 21종의 과불화화합물이 걸러지지 않아 원수와 처리수에서 검출됐다.
환경운동연합은 “미국은 PFOA, PFOS 기준이 0.07µg/㎥일 경우 안전하지 않다는 연구 결과에 따라 기준치를 10배 이상 강화했다”며 “이 기준으로는 특히 낙동강 수계를 식수로 사용하는 국민의 건강을 담보할 수 없다. 하루 속히 실효성 있는 규제를 도입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