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서 검출돼도 "연구 중"…수돗물 속 이 발암 물질 흐른다

낙동강에서 처음 과불화화합물이 발견된 2018년 당시 경북 구미하수처리장에서 방류한 물이 낙동강으로 합류하고 있다. 연합뉴스

낙동강에서 처음 과불화화합물이 발견된 2018년 당시 경북 구미하수처리장에서 방류한 물이 낙동강으로 합류하고 있다. 연합뉴스

수돗물에서 발견되는 유해 화학물질인 과불화화합물(PFAS)에 대해 유럽과 미국이 잇따라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국내 수돗물에서도 과불화화합물이 검출되고 있다는 보고가 나오지만 아직 실효성 있는 규제 기준이 마련되지 않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2021년 환경운동연합이 국내 제조 화장품 안에 들어있는 과불화화합물 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지난 2021년 환경운동연합이 국내 제조 화장품 안에 들어있는 과불화화합물 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코팅제, 방수·방염제로 주로 사용되는 과불화화합물은 의류, 화장품, 식품 포장재 등에 널리 쓰인다. 자연 분해가 되지 않아 ‘영원한 화학물질’이라고 불리는데, 인체에 축적되면 암이나 간·심장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때문에 유럽과 미국에선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 7일 발간된 국회입법조사처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연합(EU)은 최근 하수처리지침을 개정해 과불화화합물을 미세플라스틱과 함께 신종오염물질 관리 대상에 포함했다. 또한 하천에 과불화화합물을 배출한 회사는 처리 비용의 80%를 부담하도록 했다.

지난해 4월 프랑스 남부 살랭드르에 위치한 과불화화합물 배출 공장에서 프랑스 '미래 세대를 위한 협회' 자원봉사자들이 폐수 샘플을 채취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해 4월 프랑스 남부 살랭드르에 위치한 과불화화합물 배출 공장에서 프랑스 '미래 세대를 위한 협회' 자원봉사자들이 폐수 샘플을 채취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국 환경보호청(EPA)도 올해부터 각 지역의 상수도 업체들이 수돗물에서 과불화화합물을 포함한 6가지 화학물질을 ‘제로(0)’ 수준으로 제거해야 한다는 규정을 도입했다. 비용 문제를 놓고 반발이 나오고 있지만, 마이클 리건 EPA 국장은 8일 현지 언론에 “이번 조치로 수천 명의 사망을 예방하고, 수만 명의 중증 질환을 줄이게 될 것”이라며 규제 필요성을 강조했다. 미국 정치권에선 유럽처럼 오염 원인자가 처리 부담을 지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과불화화합물의 유해성은 주로 동물 실험으로 입증됐다. 하지만 미국과 유럽은 과불화화합물이 이미 인체에 축적되고 있어 광범위한 건강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고 보고 있다. 미국 EPA는 2016년 음용수 내 과불화화합물 6종(PFOA, PFOS, PFHxS, HFPO-DA, PFBS)에 대한 기준치를 0.07µg/㎥로 설정했다. 하지만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지난해 2종(PFOA, PFOS)에 대해선 0.004µg/㎥, 3종(PFHxS, PFNA, HFPO-DA)은 0.01µg/㎥를 넘지 않도록 강화했다.


프랑스 정부가 지난해 4월 과불화화합물(PFAS) 사용 제한 법안을 통과시킨 이후, 스테인레스 프라이팬 제조업체인 크리스텔에 주문이 몰려 공장이 바쁘게 돌아가는 모습. AFP=연합뉴스

프랑스 정부가 지난해 4월 과불화화합물(PFAS) 사용 제한 법안을 통과시킨 이후, 스테인레스 프라이팬 제조업체인 크리스텔에 주문이 몰려 공장이 바쁘게 돌아가는 모습. AFP=연합뉴스

국내 폐수장에선 농도 5배 높아진 경우도  

환경부는 2018년 주요 과불화화합물 3종(PFOA, PFOS, PFHxS)을 수질 감시 항목으로 지정해 모니터링을 해왔다. 감시 기준치는 PFOA와 PFOS가 0.07µg/㎥, PFHxS는 0.48µg/㎥로 설정했다.

하지만 시민단체 등은 기준치가 높아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하고 있다. 이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정부·지자체 등 관리 주체가 이 수치를 초과하지 않게 관리해야 한다는 의미”라며 “과거 선진국의 기준인데, 연구개발을 통해 관리 수준과 방법을 선진화하려 한다”고 말했다. 

관련 연구를 수행하고 있는 국립환경과학원은 지난해부터 6종에 대한 모니터링을 시작했고 올해는 29종으로 대폭 넓힌다고 밝혔다. 국립환경과학원은 지난달 열린 ‘물의 날’(3월 22일) 학술대회에서 “폐수 처리 시설에서 주요 6종이 유의미한 수준으로 걸러지지 않고 있다”며 “정화 과정에서 과불화화합물이 산화하며 과불화옥탄산(PFOA)으로 전환돼, 정화 전보다 정화 후에 5배 높은 농도로 나타난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하천에 유입된 과불화화합물은 정수 처리장에서도 걸러지지 않아, 결국 수돗물에도 포함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4일 국제 환경 저널 ‘워터 리서치X’에 게재된 부산대 연구팀의 논문에 따르면, 산업 시설이 밀집된 낙동강 유역 정수장 14곳의 처리수를 2021년 수집해 분석한 결과, 시료의 77.8%에서 PFOA가 미국 기준치를 초과해 검출됐다. 이 외에도 21종의 과불화화합물이 걸러지지 않아 원수와 처리수에서 검출됐다.

환경운동연합은 “미국은 PFOA, PFOS 기준이 0.07µg/㎥일 경우 안전하지 않다는 연구 결과에 따라 기준치를 10배 이상 강화했다”며 “이 기준으로는 특히 낙동강 수계를 식수로 사용하는 국민의 건강을 담보할 수 없다. 하루 속히 실효성 있는 규제를 도입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