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태·수질오염…경북 '괴물 산불'이 낳을 2차 피해 막는다

지난달 28일 경북 의성군 산림이 산불로 폐허가 되어있다. 김종호 기자

지난달 28일 경북 의성군 산림이 산불로 폐허가 되어있다. 김종호 기자

지난달 경북 북부지역을 휩쓸어 역대급 피해를 낳은 ‘괴물 산불’의 불씨는 사그라들었지만 산사태나 오염물질의 하천 유입 등 2차 피해가 우려된고 있다. 이에 경북도를 비롯한 산불 피해 지자체들은 2차 피해 우려가 높은 지역 현황을 조사하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산불로 산림이 파괴된 상황에서 집중호우가 쏟아지면 산사태 위험이 크게 높아진다. 산불 피해지역의 산림이 불타면 흙을 잡아주는 역할을 하는 숲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또 땅에 빗물이 잘 흡수되지 않아 지표면으로 빗물이 빠르게 흘러 많은 양의 흙을 쓸고 내려가게 된다.

산불피해지, 산사태 위험 200배↑

13일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이 펴낸 ‘2025년 산불 제대로 알기’ 보고서에 따르면 산림과학원이 2005년 전북 남원지역 산불피해지를 5년 뒤 조사한 결과 산사태 발생 비율이 일반 산림지역에 비해 200배나 높았다.

2000년 동해안 산불 발생 후 2년이 지난 시점에 피해지 토사량을 측정한 결과에서도 일반 산림보다 토사 유출이 3~4배 많았다.

산불 피해 지역에서 산사태가 쉽게 일어나는 원리. 사진 산림청 '2025년 산불 제대로 알기'

산불 피해 지역에서 산사태가 쉽게 일어나는 원리. 사진 산림청 '2025년 산불 제대로 알기'

 
일반적으로 대형 산불이 발생하면 산사태 우려가 있는 산불피해지역 일대를 ‘산사태위험지역 응급복구’ 대상지로 지정하고 응급 복구가 필요한 지역은 산지사방, 사방댐 조성, 긴급벌채 등의 순으로 복구작업을 진행한다.


산림청과 경북도 등은 최근 산불 직후 피해조사반을 구성, 산불 피해 지역을 정밀 조사했다. 그 결과 응급 복구와 연내 복구가 필요한 곳이 201곳, 향후 복구가 필요한 지역은 97곳으로 확인됐다.  

복구 시급한 위험지 201곳 달해

경북도 등은 우선 생활권 주변 지역의 산불 피해목이 쓰러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긴급벌채와 산사태 등 2차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사방사업 등 응급복구를 연내 완료한다는 목표다. 응급하지 않은 복구 대상지는 건강한 산림 생태계 회복을 위한 조림 사업과 산사태 우려지를 중심으로 사방사업이 진행된다.

지난달 27일 경북 안동시 길안면 한 야산의 소나무숲이 산불에 타버린 모습. 김정석 기자

지난달 27일 경북 안동시 길안면 한 야산의 소나무숲이 산불에 타버린 모습. 김정석 기자

 
하지만 산불영향구역이 4만5157㏊에 달하는 만큼 오랜 기간이 걸릴 전망이다. 경북도는 사업 완료 후에도 도로변, 주택가 등 생활권 주변 지역에 대해서는 상시 모니터링을 해 주민 대피 체계를 구축하고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산불피해지 복구계획을 수립할 방침이다. 그뿐만 아니라 산불로 인한 각종 오염물질이 인근 하천으로 흘러 들어가 수질오염이 발생하는 2차 피해도 우려된다.  

하천오염 막는 오탁 방지망 설치

이에 경북도는 산불 피해가 난 시·군과 함께 지난 1~3일 지방하천 49개를 대상으로 조사해 먼저 설치가 필요한 2.5㎞의 구간에 오탁 방지막을 설치하기로 했다. 오탁 방지망은 흙탕물이나 각종 이물질이 하천으로 흘러 들어가지 못하도록 막아주는 시설이다. 이를 위해 경북도는 각 시·군에 오탁 방지막 설치비 2억5000만을 긴급 지원했다.

최근 대형 산불 피해가 난 경북 영덕 지역 하천에 오탁방지망이 설치된 모습. 사진 경북도

최근 대형 산불 피해가 난 경북 영덕 지역 하천에 오탁방지망이 설치된 모습. 사진 경북도

 
조현애 경북도 산림자원국장은 “피해 지역을 신속 복구해 주민들이 2차 피해에 대한 걱정 없이 안심하고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