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반침하 경기도가 전국 최다 21.6%…지하안전 자문단 만든다

붕괴 사고가 발생한 경기도 광명시 신안산선 지하터널 공사 현장에서 지난 12일 구조대원들이 실종자를 수색하고 있다. 지난 11일 경기도 광명시 양지사거리 부근 신안산선 복선전철 제5-2공구 지하터널 공사 현장과 상부 도로가 함께 붕괴하는 사고가 났다. 연합뉴스

붕괴 사고가 발생한 경기도 광명시 신안산선 지하터널 공사 현장에서 지난 12일 구조대원들이 실종자를 수색하고 있다. 지난 11일 경기도 광명시 양지사거리 부근 신안산선 복선전철 제5-2공구 지하터널 공사 현장과 상부 도로가 함께 붕괴하는 사고가 났다. 연합뉴스

 
경기 광명 신안산선 지하터널 공사현장 붕괴 사고를 계기로 지반침하 사고를 사전 인지하고 예방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특히 최근 8년간 전국에서 가장 많은 지반침하 사고가 발생한 경기도는 전문가를 포함한 지하시설물 안전 관리 협의체를 구성하고 지원하는 법제화에 나섰다.

14일 국토교통부 지하안전정보시스템(JIS)에 따르면 지난 2018년부터 현재까지 전국에서 1349건의 지반침하가 발생했다. 지역별로 경기가 291건(21.6%)으로 가장 많았고 광주 155건(11.5%), 부산 134건(9.9%), 서울 117건(8.6%), 충북 111건(8.2%) 순이었다. 지하시설물 관리자가 안전점검을 해야 하는 지하시설물은 경기도에만 총연장 1만3209㎞에 달한다.

붕괴 사고가 난 신안산선 지하터널은 투아치(2-arch) 터널 공법으로 시공됐다. 투아치 공법은 두 개의 아치 형태로 이뤄진 터널 구조로 중앙터널을 굴착해 중앙 벽체를 시공한 뒤 이어서 좌우측 터널을 굴착, 중앙 벽체가 하중을 지지하는 역할을 하는 구조다.

지난 10일 오후 9시50분쯤 중앙 벽체 기둥이 파손된 경기 광명 신안산선 5-2공구 내부. 중앙 기둥이 부서져있고 아치에 균열이 있다. 사진 더불어민주당 문진석 의원실

지난 10일 오후 9시50분쯤 중앙 벽체 기둥이 파손된 경기 광명 신안산선 5-2공구 내부. 중앙 기둥이 부서져있고 아치에 균열이 있다. 사진 더불어민주당 문진석 의원실

 
신안산선 5-2공구(광명 일직동 372의 12 일원) 준공은 당초 오는 12월 예정이었으나 사실상 무기한 연기됐다. 사고는 지난 10일 오후 9시50분쯤 터널 내부 중앙 버팀목(지지대)이 파괴된 뒤 11일 오후 3시13분쯤 좌우 아치 구조가 연쇄적으로 무너져 상부 도로와 일부 건물이 침하되면서 발생했다.

중앙 기둥이 파손됐다는 사실을 확인한 시공사는 2시간40분 뒤인 11일 오전 0시30분쯤 광명시에 신고했다. 오전 2시부터 지표 침하와 터널부 모양 변화를 1시간 단위로 측정한 결과 ‘이상 없음’ 보고를 한 뒤 한국터널지하공간학회와 현장을 확인했다. 이후 터널 내부에 H빔을 우선 설치하는 등 예방 시공을 했으나 붕괴를 막지 못했다.


터널 내부에 머무르던 작업자 17명이 대피하는 동안 상부에 있던 굴착기 기사 A씨(29)와 포스코이엔씨 소속 B씨(50대)가 매몰돼 A씨만 붕괴 13시간여 만에 구조됐다. B씨에 대한 수색은 기상악화로 중단됐다 재개된 상태다. 소방 당국은 B씨가 매몰된 것으로 추정되는 장소에 위험 요인을 제거하면서 진입로를 확보하고 있다.

지반침하발생(2018~2025) 원인은 전체 1349건 중 하수관 손상이 632건(46.8%)으로 가장 빈번하고 다짐(되메우기) 불량 244건(18.0%), 굴착공사 부실 95건(7.0%), 기타매설물 손상 87건(6.4%), 상수관 손상 86건(6.3%) 순이다.

김경진 기자

김경진 기자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건설분야)는 “투아치 공법 자체엔 문제가 없지만, 붕괴 사고가 난 현장의 중앙 벽체 기둥이 콘크리트 강도 미달 등 부실시공일 가능성이 크다”며 “위험 요소를 판단하고 대책을 수립하는 실제 시공 전문가 위주의 전문가 협의체 구성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서울 명일동 싱크홀과 유사하게 보강재를 제대로 대지 않았거나 발파 충격에 따른 파손 가능성도 제기했다.

경기 광명시 신안산선 지하터널 공사현장에서 안정화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사고는 지난 11일 광명시 양지사거리 인근 신안산선 복선전철 제5-2공구에서 발생했다. 왼쪽은 사고현장 옆 초등학교. 장진영 기자

경기 광명시 신안산선 지하터널 공사현장에서 안정화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사고는 지난 11일 광명시 양지사거리 인근 신안산선 복선전철 제5-2공구에서 발생했다. 왼쪽은 사고현장 옆 초등학교. 장진영 기자

 
상황이 이렇자 경기도의회 건설교통위원회는 이날 ‘경기도 지하안전 관리 및 유지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심의하고 본회의 상정을 검토 중이다. 조례 개정안의 골자는 지하개발사업장 등에 대한 현장기술자문, 지하안전평가 이행 여부 등을 자문하는 ‘경기도 지하안전지킴이’를 조례에 신설하자는 취지다.

이 조례안을 대표발의한 김영민 경기도의회 의원(용인2)은 “지반침하에 따른 피해 예방을 위해 선제적으로 점검하고 기술 지원을 하자는 것”이라며 “수도권에서 대규모 개발사업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굴착공사가 진행되는 지하개발사업에 대한 안전관리는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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