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콰도르의 다니엘 노보아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자택이 있는 산타 엘레나의 올론에 있는 투표소에서 투표한 뒤 손을 번쩍 들어올리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에콰도르 선거관리위원회(CNE)는 13일(현지시간) 치러진 대선 결선에서 개표율 95.88% 기준 국민민주행동(ADN) 소속 노보아 대통령이 55.8%를 득표했다고 밝혔다. 시민혁명운동(RC)의 곤살레스 후보 득표율은 44.2%를 기록했다.
지난 2월 치러진 1차 투표에서 노보아 대통령이 곤살레스 후보에 불과 0.17%포인트(1만6746표 차이) 앞섰던 만큼 결선에서 치열한 박빙 승부가 예상됐다. 그러나 투표함을 열어보니 노보아 대통령은 예상외로 100만표 이상의 차이로 대승을 거뒀다. 노보아 대통령은 자택에서 “오늘은 역사적인 날”이라며 “이번 승리에서 누가 승자인지에 대해서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는 당선 소감을 밝혔다.
1987년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태어난 그는 하버드대 행정학 석사와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 노스웨스턴대 켈로그 경영대학원 등에서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부친은 에콰도르 대표 수출품인 바나나로 막대한 재산을 축적한 알바로 노보아 전 국회의원이다. 부친도 5차례 대선에 도전했으나 모두 낙선했다.
노보아 대통령은 2021년 총선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되며 33살 때 정계에 처음 입문했다. 이후 횡령·배임 의혹이 제기된 기예르모 라소 전 대통령의 자진 사퇴로 치러진 2023년 11월 대선 보궐궐선거에서 승리해 정치 입문 2년만에 대통령에 당선됐다. 당시에도 곤살레스 후보와 맞붙어 1차투표에선 2위를 기록했으나 결선에서 역전극을 이뤄냈다. 취임 당시 35세로 전세계 최연소 국가지도자에 오른 그는 이로서 취임 16개월 만에 4년 임기 연장에 성공했다.

다니엘 노보아 대통령 지지자들이 13일(현지시간) 에콰도르 과야킬의 시몬 볼리바르 애비뉴에 모여 노보아 대통령의 승리를 축하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노보아 대통령은 1년여 재임 기간 동안 에콰도르 치안을 강화하는데 힘썼다. 에콰도르에선 지난해 1월 교도소에서 동시다발로 폭동이 일어나고, 무장괴한이 TV생방송 도중 난입하는 등 폭력 사태가 급증했다. 노보아 대통령은 90일간의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군경을 동원해 갱단 소탕작전을 벌였다. 에콰도르 정부 통계에 따르면 올해 초에만 1000건 이상의 살인 사건이 발생했다.
CNN은 “유권자들은 압도적으로 ‘치안’이 주요한 관심사라고 입을 모았다”며 “노보아 대통령은 갱단과의 전쟁을 지속하기 위해 임기 4년의 정식 대통령직을 호소했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도 “유권자들 사이에 ‘노보아 대통령에게 더 많은 시간을 줄 필요가 있다’는 공감대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다니엘 노보아 에콰도르 대통령의 엑스(옛 트위터)에 올라온 사진. 아내 라비니아 발보네시(왼쪽)와 함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가운데)의 마러라고 자택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노보아 대통령 엑스.
노보아 대통령은 갱단 소탕을 위해 미군 파견을 요청하며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와도 스킨십을 강화하고 있다. 노보아 대통령은 대선 1차 투표 직전인 지난 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식 참석을 위해 미국을 방문했다. 지난달 29일엔 플로리다의 마러라고 자택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함께 찍은 사진을 SNS에 공유하기도 했다. CNN은 직후 노보아 대통령이 이 자리에서 미군 파견을 요청했으며 이미 에콰도르의 한 해안 도시에 미군 주둔을 전제로 한 해군 시설이 건설 중이라고 보도했다.
반면 에콰도르의 첫 여성 대통령에 도전했던 곤살레스 후보는 “이번 대선 결과를 믿을 수 없다”며 에콰도르 선거관리위원회에 재검표를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대선 1차 투표에선 오히려 노보아 대통령이 0.17%포인트라는 너무 적은 득표율 차에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했다.
실제로 이날 에콰도르 곳곳에서는 여러 장의 투표 용지를 한꺼번에 투표함에 넣거나 투표소 내 총기류를 소지하는 등 각종 불법 행위 적발이 이어졌다. 에콰도르 경찰은 브리핑에서 “13일 오후 3시까지 다양한 범죄 행위로 634명을 붙잡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