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李 경제팀 '분배보다 성장'…유종일·하준경·주상영 전면에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장이 2019년 언론과 인터뷰하는 모습. 연합뉴스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장이 2019년 언론과 인터뷰하는 모습. 연합뉴스

오는 16일 출범하는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조기 대선용 싱크탱크(정책자문그룹) ‘성장과 통합’의 조직 윤곽이 점차 드러나고 있다. 상임공동대표를 맡은 유종일 한국개발원(KDI) 국제정책대학원 명예교수와 함께 성장 중심의 경제 공약을 개발할 경제분과 위원장은 하준경 한양대·주상영 건국대 교수(경제학)가 함께 맡는다. 기본소득 등 분배 정책을 주장해온 인사들 대신 성장에 더 초점을 둔 인사들이 포진했다.

 
14일 민주당 관계자 등에 따르면, 하 교수와 주 교수는 최근 성장과 통합 경제분과 공동위원장을 맡기로 확정했다. 하 교수는 이 전 대표의 경제 책사로 평가받는다. 그는 20대 대선 때 이재명 후보의 싱크탱크 ‘세상을 바꾸는 정책 2022’(세바정)에서 경제1분과 위원장을, 후보 직속 전환적공정성장전략위원회에서도 위원장을 맡아 이 전 대표 경제 공약 개발의 핵심에 있었다. 주 교수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을 역임했다.

 
두 교수는 거시경제학자로 재정의 적극적 역할을 주문해왔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유종일 교수도 문재인 정부 당시 KDI국제정책대학원장으로 재임하며, 정부에 과감한 재정 확대를 주문했다. 유 교수는 이날 한 인터뷰에서 국부펀드를 활용해 산업을 일으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2030년까지 잠재성장률을 3%까지 끌어올리고, 세계 4대 수출 강국으로 도약하며, 1인당 국민소득 5만 달러를 달성하자는 ‘3-4-5’ 비전을 제시했다. 이 전 대표와도 교감을 한 내용이라고 한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

2022년 4월 14일 주상영 당시 금통위원회 의장 직무대행이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022년 4월 14일 주상영 당시 금통위원회 의장 직무대행이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성장과 통합 분과 위원장 명단엔 기본 소득 등 분배 중심의 정책을 주장했던 경제학자는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유 교수는 성장전략분과를 따로 두고 직접 분과 위원장을 맡을 예정이다. 부위원장엔 김용진 서강대 교수(경영학)가 영입됐다. 김 교수는 기업 혁신을 강조해 온 학자로, 지난 2월 김 교수 등이 주최한 토큰증권 관련 간담회에 이 전 대표가 축사를 보내기도 했다.


 
이 외에 20대 대선 때 세바정의 재정TF(태스크포스) 위원장이었고, 증세론자인 강병구 인하대 교수(경제학)는 조세·재정분과 위원장을 맡는다. 기획재정부 2차관을 역임한 구윤철 전 국무조정실장도 공동위원장이다.『2021·2022 이재명론』의 공동 저자였던 은민수 서강대 대우교수(공공정책)는 전생애기본권분과 위원장에 이름을 올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중요도가 높아진 통상 정책의 아이디어를 내는 통상분과 위원장은 국립외교원 경제통상개발연구부장 출신의 김양희 대구대 교수(국제금융통상)가 맡는다.

 
성장과 통합에는 20대 대선 때 세바정에 소속돼 이 전 대표를 도왔던 인사들이 많이 참여하고 있다. 당시 세바정의 공동대표는 이 전 대표의 최측근 중 하나인 이한주 현 민주연구원장이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가 14일 서울 강남구 퓨리오사AI에서 백준호 퓨리오사AI 대표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가 14일 서울 강남구 퓨리오사AI에서 백준호 퓨리오사AI 대표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외교·안보 관련 분과에는 문재인 정부 인사들이 눈에 띈다. 국방분과는 문재인 정부 때 장성 승진을 한 여운태 전 육군참모차장과 문재인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센터장을 역임한 강건작 전 육군 중장이 공동으로 위원장을 한다. 외교분과 위원장은 조현 전 외교부 차관이다.

 
성장과 통합은 전체 34개 분과로, 공동위원장을 포함해 위원장만 40여명이다. 전·현직 관료나 교수들은 물론 전직 의원 등 정치인들로부터 성장과 통합에서 함께 일하고 싶다는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