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텅 빈 졸업앨범 이미지. 챗GPT
대개 4월은 각 학교들이 졸업앨범을 위한 사진 촬영으로 분주할 시기다. 하지만 올해는 앨범 제작을 하지 않는 학교가 늘고 있다.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합성·편집(딥페이크) 등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범죄가 늘면서 졸업생·교직원의 사진이 악용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퍼졌기 때문이다.
14일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각 학교에서 졸업앨범 제작·구매 수요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시기인데, 제작 자체를 하지 않는 경우가 전반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일선 학교들은 졸업앨범 제작 여부를 놓고 학생·학부모 등의 의견을 묻는다. 대전의 B초등학교는 올해 졸업앨범 수요조사에 ‘딥페이크 범죄 발생 시 학교에 법적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내용의 동의 여부를 체크하는 항목을 포함했다.
학교 관계자는 “악용 우려로 졸업앨범에 교사 사진을 넣지 않고 있는데, 학생 사진에 대한 학부모의 우려가 커져 이를 안내하고 동의를 받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서울의 C중학교 교사는 “졸업앨범은 학생의 70~80% 이상이 동의해야 제작되는데, 최근 절반도 안 돼 조사 기간을 연장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교사 67% “졸업앨범 제작 중단해야”

여성가족부 조사 결과 지난해 딥페이크 피해 사례 중 절반 가량(640건, 46.2%)가 10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연 기자
교사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 10월 한국교원총연합회 설문조사에서 응답 교원의 93.1%(3294명)가 졸업앨범 수록 사진이 딥페이크에 악용될 수 있다고 답했다. 졸업앨범 제작 자체를 중단해야 한다는 답한 교사가 67.2%(2378명)에 달했다.
전교생 대신 학급만 “추억 공유도 새롭게”
졸업앨범을 제작하지 않는 학교들은 전교생이 나오는 인쇄본 대신 학급 단위의 디지털 앨범이나 개인 기념사진만 제공하는 방식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 교감은 “요즘 학생들은 졸업앨범 대신 학창 시절을 기억하는 새로운 방식을 스스로 제안하고 있다”며 “추억이 사라지는 게 아니라 시대에 맞춰 다른 형태로 기록되고 공유하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