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증시가 표시되고 있다. 뉴스1
14일(현지시간)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의미하는 달러 인덱스는 전 거래일(100.1) 대비 0.42% 하락해 종가 기준 99.68 기록했다. 달러 가치는 연일 하락세다. 올해 달러 인덱스가 가장 높았던 1월 13일(종가 기준 109.96)과 비교하면 3개월 새 빠진 달러 값만 약 9.34%에 달한다.
달러 가치가 크게 떨어지면서, 원화 값은 상대적으로 올랐다. 하지만 그 폭은 크지 않았다. 1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가치는 오후 3시 30분(주간 종가) 기준 전 거래일보다 1.4원 떨어진 1425.5원으로 장을 끝냈다. 1월 13일(1470.8원)과 비교하면 달러 대비 원화 값은 3.07% 오르는 데 그쳤다. 달러 가치가 빠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원화는 상대적으로 저평가 받고 있다는 의미다.
원화 값이 크게 오르지 못한 것은 ‘약달러’를 만든 관세 충격이 한국 경제에도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대미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은 미국의 관세 부과의 부담을 직접 받는다. 여기에 트럼프 정부의 관세 조치가 한국 최대 교역국인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는 점도 한국 경제 성장 전망을 어둡게 한다. 또 비상계엄과 탄핵으로 인한 국내 정치 불안에 흔들린 원화 가치가 아직 완벽히 회복하지 못했다는 점도 원화 약세의 배경 중 하나다.
최근 달러 약세가 원화 같은 신흥국 통화 선호로 이어졌다기보다, 유로나 엔화 등 다른 비미국 안전 통화로 옮겨 갔다는 점도 원화 값 상승 폭을 제한하고 있다. 특히 원화는 비슷한 신흥국 통화인 중국 위안화의 영향을 많이 받는데, 최근 중국은 미국 관세 부과에 대응하기 위해 위안화 값을 의도적으로 절하시키고 있다. 실제 1월 13일과 견줘 지난 14일 유로화(11.56%)와 엔화(10.50%) 가치가 달러 대비 10% 넘게 오른 데 비해 중국의 역외 위안화 가치는 0.65% 상승하는 데 그쳤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원화는 위안화의 영향을 많이 받는 통화인데, 최근 같은 미·중 무역 갈등 국면에는 특히 위안화 동조 현상이 커지면서 통화 가치가 상대적으로 약세를 띠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결국 미국과 중국이 갈등 국면을 깨고 협상에 나서야 원화 값도 더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