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빡 졸았더니 80m '쭈욱'...4월부터 ‘졸음운전’ 사고 급증

울산 염포산 터널에서 발생한 졸음운전 사고 모습. 사진 울산경찰청 제공

울산 염포산 터널에서 발생한 졸음운전 사고 모습. 사진 울산경찰청 제공

 #. 지난 3일 낮 12시 20여분께 울산의 염포산 터널에서 1t 트럭과 승용차가 부딪쳐 5개월 된 유아 등 4명이 다쳤다. 사고는 트럭이 중앙선을 넘어 달리다 맞은편에서 오던 승용차와 충돌하면서 발생했다. 트럭 기사는 경찰에 “졸음운전을 했다”고 진술했다. 

 4월 중순에 접어들어 낮 기온이 영상 20도를 웃도는 등 따뜻해지면서 ‘졸음운전’ 관리에도 비상이 걸렸다. 16일 경찰청과 한국도로교통공단(이하 공단)에 따르면 최근 3년간(2021~2023년) 일어난 졸음운전 사고는 모두 5688건으로 하루 평균 5.2건꼴이다.

 이로 인해 모두 152명이 숨지고, 1만 829명이 다쳤다. 세부적으로 보면 졸음운전 사고는 날이 본격적으로 풀려 한낮 기온이 영상 20도를 넘는 4월부터 크게 늘기 시작한다. 

 3년간 2월에 발생한 사고(366건)보다 41.5%나 많은 518건이 4월에 발생했다. 3월(414건)과 비교해도 25%가 많다. 4월부터 증가하는 졸음운전은 여름인 8월을 지나서야 그 기세가 한풀 꺾이는 모양새다. 

자료 한국도로교통공단

자료 한국도로교통공단

 
 졸음운전은 일반 교통사고에 비해 치사율(사고 100건당 사망자 수)이 높아 더 위험하다. 전체 교통사고의 치사율이 1.4명인 반면 졸음운전은 약 2배인 2.7명에 달한다. 사고 100건이 나면 평균 3명 가까이 목숨을 잃는다는 의미다. 


 이처럼 졸음운전의 치사율이 높은 이유는 운전자가 깜빡하는 사이에 차량이 아무 통제 없이 상당한 거리를 달리기 때문이다. 공단에 따르면 시속 60㎞로 달리는 차에서 운전자가 졸다가 3초간 전방을 보지 못하는 사이 차는 50m를 그대로 주행한다. 

 또 고속도로 등에서 시속 100㎞로 달리는 경우엔 이 거리가 83m까지 늘어난다. 깜빡 조는 사이에 앞으로 끼어드는 차량이나 급정거한 차량이 있으면 브레이크도 밟지 못한 채 충돌할 수밖에 없게 된다. 그만큼 피해가 커질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당진대전고속도로에서 발생한 화물차와 트레일러 추돌사고 모습. 연합뉴스

지난해 당진대전고속도로에서 발생한 화물차와 트레일러 추돌사고 모습. 연합뉴스

 
 졸음운전을 방지하기 위해선 평소에 충분한 수면시간(최소 7~8시간)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 또 운전 중에는 30~40분마다 창문을 열어 실내 공기를 환기하고, 장거리 운전 때에는 2시간마다 휴게소나 졸음쉼터에 들러 휴식을 취해야 한다. 

 고속도로 등 주요 도로에 노면요철 포장(달릴 때 차량이 흔들리도록 하는 울퉁불퉁한 포장), 돌출형 차선(일직선이 아니게 비뚤게 그린 차선), 졸음운전 알리미 등 교통안전시설을 설치하는 것도 졸음운전 방지 목적이 크다. 졸음운전 알리미는 긴 터널 등에서 운전자의 청각을 자극해 조는 걸 막기 위한 사이렌 소리, 호루라기 소리 등을 말한다.   

 공단 서울지역본부의 방연찬 안전시설부장은 “졸음운전은 운전자의 의지와 상관없이 예고 없이 찾아오기 때문에 단 한 순간의 방심이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며 “적절한 휴식 등 졸음운전 예방수칙을 잘 지키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