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일 오후 경기 안산시 단원구 화랑유원지 인근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11주기 기억식에서 시민들이 묵념을 하고 있다. 뉴스1
그날의 봄은 멈춰 있지만, 언젠가는 영원히 따뜻한 봄이 오기를 그 봄이 오면 당신들의 목소리를 마음속으로라도 다시 들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16일 오후 경기 안산 화랑유원지에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편지를 읽는 장애진(28)씨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는 2014년 4월 16일 304명의 생명을 앗아간 세월호 참사의 생존자다. 장씨의 목소리는 덤덤했지만, 한 문장씩 읽어갈 때마다 객석에선 훌쩍거리는 소리가 이어졌다. 장씨는“억겁의 시간이 흐른다고 해도 잊지 않겠다”며 “안전이 기본이 되는 사회, 믿고 살아갈 수 있는 나라가 되길, 부디 더는 이런 희생이 없기를 바란다”며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이날 화랑유원지에서는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기리는 ‘세월호 참사 11주기 기억식’이 열렸다. 기억식은 304명의 희생자를 위한 묵념으로 시작됐다. 내빈 추도사와 추모 영상, 희생된 단원고 학생과 아버지의 이야기를 담은 뮤지컬 공연 ‘나, 여기 있어요’, 장씨의 편지글 낭독, 세월호 가족들로 구성된 4·16 합창단의 합창공연 등으로 진행됐다. 강도영 해양수산부 장관은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희생자 가족들은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등을 다시 한번 촉구했다. 김종기 4·16 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참사 당시 단원고 2학년 1반 김수진양 아버지)은 “사고는 언제든 일어날 수 있지만, 참사가 되어선 안 된다”며 “국가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과 삶을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한 책무임을 명심하고 최선을 다해 달라”고 말했다.
이날 기억식엔 우원식 국회의장과 강도형 해양수산부 장관을 비롯해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등 정치권 인사들이 참석했다.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와 김동연 경기지사, 김경수 전 경남지사 등 민주당 대선 주자들도 자리해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16일 오후 경기 안산시 단원구 화랑유원지 인근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11주기 기억식에서 4.16합창단이 합창 공연을 하고 있다. 뉴스1
우 의장은 추모사에서 “생명안전기본법이 조속하게 제정되도록 국회의장으로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김 지사는 “어떤 분이 대통령이 되시던 내년 12주기에는 (비어있는) 가운데 자리(정부 관계자 좌석)를 채워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민근 안산시장은 “회복의 속도는 느릴 수 있지만 중요한 것은 멈추지 않는 것”이라며 “같은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인천에선 일반인 희생자 추모식
전태호 세월호 일반인 희생자 유가족협의회 위원장은 “국가는 다양한 재난 안전 시스템을 재점검하고 더 이상 국민 희생과 국가 손실이 되풀이되면 안 된다”고 호소했다. 황 정무부시장은 추모사에서 “세월호 참사는 우리 사회에 깊은 상처를 남겼고, 그 교훈은 더 안전한 사회로 나아가는 단단한 발판이 되어야 한다”며 “시민이 안심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가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