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3월 서울 시내버스 총파업 당시 서울의 한 공영차고지에 버스들이 빼곡히 주차되어 있다. 김종호 기자
환경부가 지난달 21일부터 이번 달 9일까지 행정 예고한 ‘전기자동차 보급 대상 평가에 대한 규정’ 개정안에 따르면, 전기버스 보조금 지급시 배터리 에너지 밀도의 기준이 내년부터 강화된다.
대형 전기 승합차의 경우 올해까지는 365Wh/L(부피당 에너지밀도)을 초과하면 보조금이 지급되지만, 내년부터는 530Wh/L을 넘어야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1년 만에 45% 높은 기준이 적용되는 것은 이례적이다. 환경부는 이 기준선을 2027년 557→2028년 584→2029년 614Wh/L로 지속적으로 올리겠다고 밝혔다.
에너지 밀도란 배터리가 저장할 수 있는 에너지의 양을 부피로 나타난 값이다. 이 수치가 높을수록 가볍고 주행가능 거리가 긴 전기차를 만들 수 있다. 통상 리튬이온 배터리는 500~700Wh/L,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는 300~500Wh/L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국산 전기버스에, LFP 배터리는 중국산 전기버스에 주로 장착돼 있다.
이 때문에 환경부의 새 기준 적용시 LFP 배터리를 장착한 중국산 전기버스 상당수는 보조금을 못 받을 수도 있다. 국내 시판 중인 중국 비야디(BYD) 전기버스 3종은 모두 LFP 배터리를 장착했다. 현재 이들 중국산 전기버스는 1억5000만~2억 원으로 3억 원대 중반인 국산 전기버스 가격의 절반 이하 수준으로 저렴하다. 정부·지자체 보조금(중국산 약 5000만 원, 국산 약 1억 원)을 고려하면 실구매가는 중국산이 1억5000만원 더 싸다.

지난 1월 서울 강서구 비야디(BYD) 강서전시장에 중소형 전기차 '아토3'가 전시돼 있다. 오삼권 기자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원가 경쟁력이 워낙 좋은 중국 전기버스 업체들이 저가 공세를 벌이는 탓에 국내에서도 ‘국산 전기버스 1대값이 중국산 2대’라는 말이 통할 정도”라며 “보조금 기준을 올리면 당장 국내 산업을 보호하는 효과가 있긴 하겠지만, 국내 업체들의 기술력 향상 유인을 줄일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견제는 이미 시작됐다. BYD의 중소형 전기차 ‘아토3’는 올해 1월 국내 출시했지만, 환경부의 보조금 책정은 3개월 만인 이달 초에야 완료됐다. 국내 자동차 시장에 대한 파급력을 줄이기 위한 목적이지만 일각에서는 “중국 정부가 보복 조치를 꺼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