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끄고 하겠습니다. 말실수하다가 또 트집 잡힐까 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는 지난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자본시장 활성화 정책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하며 인사말을 시작했다. 공식 선거운동 기간 외에 마이크 등 확성기를 사용해선 안 된다는 공직선거법을 의식한 것이었지만, 발언에 신중을 기하려는 태도가 역력했다. 이보다 약 1시간 앞선 오전 9시에는 “회복과 성장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해 주가지수 5000시대를 열겠습니다”라는 제목의 주식시장 활성화 정책 발표문을 페이스북에 게시했다. 간담회에선 주로 서유석 금투협회장과 최영권 한국애널리스트회장 등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데 시간을 할애했고, 간담회 종료 직후엔 약 5분간 3개의 질문만 받고 현장을 떠났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가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한 정책간담회에서 행사장 마이크를 끈 채 발언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이와 관련, 이 후보 측 관계자는 “과거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보면 이 후보가 말을 많이 해서 득을 본 적이 거의 없다”며 “경선은 물론이고 본선 때도 ‘노출 최소화’ 전략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 후보는 3년 전 대선을 앞두고 잇단 구설에 시달리면서 그에 대한 해명에 공력을 소비하곤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가 22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대장동 개발 배임 및 성남FC 뇌물 혐의 사건 1심 공판에 출석하며 지지자에 손인사를 하고 있다. 뉴스1
이 후보는 민주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뒤인 2021년 11월 3일 경기도 부천시의 한 웹툰 제작업체를 방문한 자리에서 전시실 내 ‘오피스 누나 이야기’라는 작품을 보며 “오피스 누나? 제목이 확 끄는데요”라고 말해 논란을 자초했다. 해당 웹툰 제작사 관계자가 “성인물은 아니다”라고 웃으며 일단락됐으나, 이후 당 보도자료 배포 과정에서 이 후보의 발언이 ‘제목이 화끈한데’로 잘못 기재되면서 논란이 커졌다. 여성을 성적(性的)으로 대상화했다는 비판을 감내해야 했다.

2021년 11월 3일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경기도 부천시 부천테크노밸리 U1센터에서 진행된 ‘K-웹툰의 역사를 다시 쓰는 웹툰작가들과 만나다’ 간담회에 참석해 웹툰 작업공간을 둘러보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지난 대선 땐 정청래 의원의 문화재 입장료 관련 불교 사찰에 대한 “봉이 김선달” 발언으로 불교계 반발에 애를 먹기도 했다. 이 때문에 캠프를 비롯한 당내에선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과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대한 ‘쌍탄핵’ 주장이나 막말·차별 발언 등 강경파의 돌발 변수를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민주당 중진 의원은 “경선에서야 ‘어대명’(어차피 대선 후보는 이재명) 분위기가 팽배하지만 각 진영이 결집하기 시작하면 본선 승리를 100% 장담할 수 없다”며 “대선 기간 당의 모두가 차분한 태도를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