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사건 현장인 서울 강북구 미아역 인근에서 만난 주민들은 당시 충격적인 상황이 떠올라 잠을 설쳤다고 했다. 사건이 벌어진 마트 바로 맞은편에서 김밥 장사를 하는 B씨는 “60대 여성이 피를 흘리며 밖으로 기어 나왔다가 등에 수차례 칼을 맞는 걸 두 눈으로 똑똑히 봤다”며 “자꾸 생각이 나 밤새 한숨도 못 잤다”고 했다. 주민들에 따르면 사건이 벌어진 22일 오후 6시 20분은 퇴근 시간이라 길거리에 행인들이 가득했다고 한다.

22일 묻지마 흉기 살인 사건이 벌어진 서울 강북구 미아역 인근 마트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고 있다. 30대 남성 A 씨는 퇴근시간대 미아역 인근 할인마트에서 흉기로 모르는 시민 두 명을 공격, 60대 여성 한 명이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숨졌다. 뉴스1
마트 맞은편에서 정육점을 운영하는 이재길(61)씨는 “마트 사장 말에 따르면 내부 CCTV를 보니 A씨가 마트 안에 쭈그려 앉아 술을 마신 뒤 마트에 진열된 칼을 집어 들어 포장을 뜯고 60대 여성을 찔렀다고 하더라”며 “A씨가 너무 태연하게 행동해서 찌른 사람이라는 생각이 안 들었다. 경찰들이 와서 벽에 붙으라고 하니 반말로 ‘기다려. 담배 한 대 피우고 갈게’라고 해서 경찰이 기다려줬다”고 전했다.

A씨가 22일 오후 6시20분쯤 미아역 인근 소규모 마트 안에서 60·40대 여성 두 명에게 흉기를 휘두른 혐의로 체포됐다. 피해자 중 60대 여성은 병원에 옮겨졌지만, 결국 사망했다. A씨는 범행 이후 현장 인근에서 담배를 피우며 누군가와 전화를 했다. 신혜연 기자
A씨는 앞서 22일 낮 12시경 “술에 취해 비틀거리다 손가락에 상처를 입었다”며 미아역 인근 정형외과를 찾았고, 당일 바로 수술을 받았다. A씨는 23일에 퇴원할 예정이었으나 사건이 발생하면서 22일 저녁에 경찰이 병원을 방문해 퇴원 수속이 진행됐다.
병원 관계자는 “A씨가 정신 질환이 있다거나 우울증이 있다거나 하는 등의 별다른 개인 병력을 이야기한 바가 없어 일반 환자들과 같은 절차로 수술과 입원을 도와드렸다”며 “하루도 머물지 않은 셈이라 A씨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 A씨가 만일 정신 질환이 있었다면 입원을 하지 않고 당일 퇴원을 고려하거나 특별 관리에 들어갔을 것”이라고 말했다.
A씨가 입원 환자복을 입고 인근 마트에 나가 술을 마신 것에 대해선 “입원 환자들에 무단 외출을 금지한다는 내용을 충분히 안내하고 있고, 술을 마셔선 안 된다는 것도 당연히 안내한다. 술을 마시고 범행을 저지른 건 A씨의 개인 일탈”이라고 했다.
경찰은 A씨를 상대로 묻지마 범행인지, 우발적 또는 사전 계획 범행인지 등을 조사할 계획이다. 이번 사건으로 피해자 1명(60대 여성)이 사망하고 마트 직원인 40대 여성이 중상을 입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