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대북전단 ‘남·남 갈등’ 재연…파주에서 ‘살포 vs 반대’ 대치

접경지역에서 남북 간 긴장이 지속하고 있는 가운데 경기도 파주시에서 대북전단 살포를 둘러싸고 ‘남·남 갈등’이 재연됐다.

납북자가족단체가 공개적으로 대북전단 살포를 시도하자 지역 주민들이 트랙터를 몰고 나오고 시민단체 등이 집회를 벌이는 등 물리력을 동원해 막아선 것이다. 다만 이날 예고된 살포 시도는 바람이 북쪽으로 불지 않아 무산됐다.

최성룡 납북자가족모임 대표가 회원 20여 명과 함께 23일 오전 11시쯤 경기도 파주시 문산읍 임진각 평화랜드 펜스 뒤편에서 ‘납치된 가족 소식 보내기’ 행사를 개최했다. 최 대표가 북한으로 날려보낼 예정인 전단을 들어보이고 있다. 전익진 기자

최성룡 납북자가족모임 대표가 회원 20여 명과 함께 23일 오전 11시쯤 경기도 파주시 문산읍 임진각 평화랜드 펜스 뒤편에서 ‘납치된 가족 소식 보내기’ 행사를 개최했다. 최 대표가 북한으로 날려보낼 예정인 전단을 들어보이고 있다. 전익진 기자

납북자가족모임―파주 주민·시민단체 대치

납북자가족모임은 23일 오전 11시쯤 당초 예고한 대로 파주시 문산읍 소재 임진각관광지 내 국립 6·25납북자기념관 앞에서 대북전단을 살포를 계획하고 대북전단을 준비해 행사를 시작했다.

최성룡 납북자가족모임 대표 등 회원 20여 명은 반대 집회 참가자들과는 차단된 가운데 파주시 문산읍 임진각 평화랜드 펜스 뒤편에서 ‘납치된 가족 소식 보내기’ 행사를 개최했다. 이들은 납북 피해자 6명의 사진과 설명이 담긴 소식지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감옥에 갇힌 합성 이미지가 인쇄된 무게 2㎏ 이하의 비닐 다발 10개를 준비했다. 이 단체는 전단의 무게가 규정에 적합하도록 2㎏ 이하로 준비된 것임을 취재진에게 공개했다. 이들은 이 자리에서 위령제도 함께 진행했다.

 
“납북 가족 생사라도 알고 싶다”  
최 대표는 “전날부터 천막을 설치한 이유는 바람이 불기만 하면 풍선을 띄우기 위해서였다”며 “지금은 바람이 전혀 불지 않아 부득이하게 오후 8시 서풍이 불 것으로 예보된 시간에 전단을 날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가족의 생사라도 알고 싶다는 것이 죄인가. 소식지를 보내는 것은 표현의 자유”라며 “최근 가처분 신청에서도 승소했고, 재판장에서 항공안전법을 위반하지 않도록 전단 무게를 2㎏ 이하로 제한하고 헬륨가스를 사용할 것이라고 판시했다”고 주장했다.  


23일 오전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에서 통일촌, 대성동 마을, 해마루촌 등 파주 민간인출입통제선 내 3개 마을 주민들이 납북자가족모임의 대북전단 살포 시도에 맞서 트랙터를 몰고 나와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전익진 기자

23일 오전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에서 통일촌, 대성동 마을, 해마루촌 등 파주 민간인출입통제선 내 3개 마을 주민들이 납북자가족모임의 대북전단 살포 시도에 맞서 트랙터를 몰고 나와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전익진 기자

 
이와 동시에 납북자가족모임 행사장 인근에서는 통일촌, 대성동 마을, 해마루촌 등 파주시 민통선 내 3개 마을 주민 60여 명이 트랙터 8대를 몰고 통일대교를 건너 임진각으로 나와 반대 집회를 벌였다. 트랙터에는 ‘북한의 소음 방송, 민통선 주민 못 살겠다’ ‘파주시민 위협하는 대북전단 살포 중단하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내걸렸다.

조봉연 해마루촌 농촌체험마을추진위원장은 “대북전단 살포는 남북관계 악화와 함께 파주시민의 안전과 평화로운 삶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행위”라며 “접경지역은 물론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는 대북전단 살포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23일 오전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에서 통일촌, 대성동 마을, 해마루촌 등 파주 민간인출입통제선 내 3개 마을 주민들이 납북자가족모임의 대북전단 살포 시도에 맞서 트랙터를 몰고 나와 반대 시위를 벌였다. 전익진 기자

23일 오전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에서 통일촌, 대성동 마을, 해마루촌 등 파주 민간인출입통제선 내 3개 마을 주민들이 납북자가족모임의 대북전단 살포 시도에 맞서 트랙터를 몰고 나와 반대 시위를 벌였다. 전익진 기자

인근에선 진보시민단체의 반대 집회도 벌어졌다. 김재연 진보당 대선 후보와 파주지역 시민단체 ‘평화위기파주비상행동’ 회원 등 50여 명은 국립 6·25전쟁납북자기념관 앞에서 대북전단 살포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 대표는 “전단 몇장이 주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현실을 더는 방치할 수 없다”며 “대북전단금지법을 조속히 통과시켜 전단 살포 행위를 원천 차단하겠다”고 말했다.

23일 오전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에서 파주지역 시민단체 ‘평화위기파주비상행동’이 기자회견을 열고 납북자가족모임의 대북전단 살포 시도를 규탄하고 있다. 전익진 기자

23일 오전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에서 파주지역 시민단체 ‘평화위기파주비상행동’이 기자회견을 열고 납북자가족모임의 대북전단 살포 시도를 규탄하고 있다. 전익진 기자

파주시장 “표현의 자유 빙자한 테러 행위”  

행사에 앞서 김성중 경기도 행정1부지사와 김경일 파주시장은 최 대표를 만나 전단 살포를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다.

 
김경일 파주시장은 이날 현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북전단 살포 행위는 북한의 오물 풍선과 확성기 공격에 빌미를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시장은 “대북전단 살포는 표현의 자유를 빙자한 테러 행위이며 파주 시민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이라며 “파주시는 해당 행위를 막기 위한 모든 행정적·법적 조치를 강구하고 있으며, 불법적인 살포 시도에 대해서 무관용 원칙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경일 파주시장이 23일 오전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에서 개최 예정인 납북자가족모임의 ‘납치된 가족 소식 보내기’ 대북전단 살포 행사에 앞서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전익진 기자

김경일 파주시장이 23일 오전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에서 개최 예정인 납북자가족모임의 ‘납치된 가족 소식 보내기’ 대북전단 살포 행사에 앞서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전익진 기자

이날 행사장엔 경기도 특별사법경찰 100여 명이 현장에 배치돼 살포 시도를 감시했고, 경찰도 물리적 충돌 방지를 위해 집회 현장을 관리했다. 다행히 이날 현장에는 납북자가족모임과 반대 단체, 경기도 특사경 간의 물리적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납북자가족모임은 이날 풍선을 날릴 수 있는 바람이 북쪽으로 불지 않자 대북전단 살포를 일단 이날 오후 8시 이후로 연기했다. 경기도 특사경 관계자는 “납북자가족모임의 집회가 종료되는 시간까지 24시간 대응해서 임진각에서 풍선을 부양 못 하도록 막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