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20일 서울 명동거리에서 영업을 준비 중인 식당. 연합뉴스
2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내수의 성장 기여도는 0.1%포인트다. 지난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잠정치는 2%인데, 이 중 내수가 0.1%포인트 만큼만 성장률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는 의미다. 특히 12ㆍ3 비상계엄 사태로 소비 심리가 얼어붙었던 지난해 4분기 내수 성장 기여도는 -0.2%포인트로 오히려 성장률을 갉아먹었다.
내수의 성장 기여도는 최근 4년간 점점 낮아졌다. 2021년 4.1%포인트, 2022년 2.7%포인트, 2023년 1.4%포인트였다. 같은 기간 성장률도 4.6%, 2.7%, 1.4%로 부진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반짝 증가했던 소비가 고물가ㆍ고금리에 주춤해지고, 부동산ㆍ정보기술(IT) 부진에 건설ㆍ설비투자도 둔화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윤석열 정부 들어 고강도 긴축재정 기조를 내세우며 씀씀이를 줄인 영향도 있다.
주요국에 비해서도 한국의 내수의 성장 기여도는 낮은 수준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임광현 의원이 한은에서 제출받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에 따르면, 경제 규모 상위 20개국 가운데 지난해 연간 성장률과 부문별 지출 기여도가 공개된 10개국의 내수 기여도는 평균 1.6%포인트로 집계됐다. 한국은 0.1%포인트로 10개국 중 가장 낮았다.
인도네시아가 5.5%포인트로 가장 높았고, 스페인(2.8%포인트), 영국(2.4%포인트), 스위스(1.7%포인트)도 평균치를 웃돌았다. 이어 캐나다(1.5%포인트), 네덜란드(0.8%포인트), 이탈리아(0.4%포인트), 독일ㆍ프랑스(0.3%포인트) 순이었다. 다만 이 통계에서 미국, 중국, 일본 등 경제 대국은 빠졌다.
반대로 한국의 순수출(수출-수입) 성장 기여도는 1.9%포인트로 10개국 중 가장 높았다. 지난해 그나마 2% ‘턱걸이’로 성장할 수 있었던 건 수출 덕분이란 뜻이다. 한은 관계자는 “한국은 수출 중심의 경제 구조인 점을 고려해야겠지만, 한국과 (수출 중심 경제란 점이) 비슷한 독일보다도 내수 기여도가 낮다는 점은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올해가 더 문제다. 내수 회복이 더딘 가운데 무역 갈등 여파로 수출마저 흔들리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전날 발표한 세계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2.0%에서 1.0%로 크게 낮췄다. 이날 한은이 발표한 이달 소비자심리지수도 93.8로 5개월째 100을 밑돌고 있다. 100 이하면 장기 평균(2003∼2024년)에 비해 소비 심리가 비관적이라는 의미다.
일각에선 추가경정예산안 확대 편성과 기준금리 인하로 경기 부양의 골든타임을 놓쳐선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17일 기준금리를 연 2.75%로 동결했다. 달러당 원화값이 1400원대에 머무는 등 여전한 외환시장 불안과 집값 상승 기대에 따른 가계부채 급증 우려 때문이다. 당시 신성환 금통위원은 “최근의 물가와 성장만 보면 큰 폭의 금리 인하가 필요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서 0.25%포인트 인하 소수의견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