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발 사주' 의혹 손준성 검사장, 무죄 확정

'고발사주'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손준성 검사가 지난해 12월 6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2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고발사주'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손준성 검사가 지난해 12월 6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2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2020년 총선 직전 민주당 측 인사들에 대한 ‘고발 사주’ 의혹으로 기소된 손준성(사법연수원 29기·51) 검사장(대구고검 차장검사)이 대법원에서 무죄를 확정받았다.  

 
대법원 1부(주심 노경필 대법관)은 24일 오전 선고기일을 열고 손 검사장에 대해 무죄 판단한 2심 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범죄의 증명이 없다는 원심 판단에 법리를 오해하거나 판단을 누락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며 “검사의 상고를 기각한다”고 선고했다.

손 검사장은 총선을 앞둔 2020년 4월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으로 근무하면서 당시 범여권 인사들에 대한 고발장 및 실명 판결문을 김웅 당시 미래통합당 후보에게 텔레그램 메신저로 전달한 혐의를 받는다. 최강욱 전 민주당 의원, 유시민 작가, 황희석 전 열린민주당 최고위원 등이 고발 대상에 포함됐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손 검사장에게 ▶수사정보가 담긴 고발장을 유출한 혐의(공무상 비밀누설) ▶실명 판결문을 유출한 혐의(개인정보보호법·형사절차전자화법 위반) ▶당시 범여권 인사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형성해 선거에 영향을 미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2022년 5월 재판에 넘겼다. 

지난해 1월 1심 법원은 손 검사장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고발장·실명 판결문 유출에 대해 “피고인이 고발장 작성·검토를 비롯해 고발장 내용의 바탕이 된 수사정보 생성·수집에 관여했다고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고발장 자체가 총선 이후에 제출돼 선거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 판단했다.


지난해 12월 2심 재판부는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했다. 재판부는 선고에서 손 검사장이 공무상 비밀을 활용해 고발장을 쓴 건 맞지만, 이를 직접 외부로 유출한 증거는 부족하다고 봤다.  

앞서 1심에서 김웅 전 의원에게 메시지를 전달했다는 주요 근거가 된 건 텔레그램 메시지 상의 ‘손준성 보냄’ 표시였는데, 항소심 재판부는 이에 대해 “최초 생성·전송자를 표시할 뿐”이라며 “손준성이 김웅에게 직접 메시지를 전송했다는 사실이 증명되지 않는다”고 했다. 손 검사장이 보낸 메시지가 제3자를 거쳐 전달되는 경우에도 ‘손준성 보냄’ 표시가 나타난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2심 재판부는 상급자의 개입 가능성도 크다고 봤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검찰총장 등 상급자에게 메세지를 보고하고, 상급자가 김웅과 긴밀하게 연락하던 와중 메시지를 그대로 김웅에게 전달하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고, 더 자연스러운 측면이 있다”고 했다. 당시 검찰총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었다.  

아울러 재판부는 공수처가 압수수색 영장 집행 과정에서 손 검사장 측 참여권을 보장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통신사실확인자료, 검찰 이프로스 메신저 내역, 판결문·사건 검색기록 서버 압수수색 정보 등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당시 검사에게는 압수수색 참여권을 보장하려는 의지가 없었거나 매우 낮은 수준이었다고 보인다”며 “영장주의 원칙과 적법절차를 준수하려는 의지가 있었는지조차 의문스럽다”고 했다.  

2023년 11월 28일 오후 민주당 관계자들이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에서 이동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이정섭 수원지방검찰청 제2차장검사, 손준성 대구고등검찰청 차장검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접수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2023년 11월 28일 오후 민주당 관계자들이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에서 이동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이정섭 수원지방검찰청 제2차장검사, 손준성 대구고등검찰청 차장검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접수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참여권 보장 없이 수집된 증거 위법" 

대법원 역시 이같은 증거는 손 검사장의 참여권 보장 없이 수집된 위법수집증거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논리와 경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압수ㆍ수색절차에서 참여권 보장, 위법수집증거의 증거능력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판단했다. 

이날 선고를 계기로 헌재에 계류돼 있던 손 검사장에 대한 탄핵심판 절차도 재개될 전망이다. 손 검사장은 2023년 12월 탄핵안이 가결돼 헌법재판소에 탄핵심판 사건이 접수됐으나, 탄핵심판 청구와 동일한 사유의 형사소송이 진행되고 있다는 이유로 재판이 잠시 정지된 상태다. 헌법재판소 관계자는 “절차 재개가 검토 중으로, 정지 결정을 취소한 후 당사자에게 기일 통지가 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