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1분기 매출 44.4조원 '역대 최대'…"관세 위기를 기회로"

24일 현대차가 지난 1분기 매출 44조4078억원, 영업이익 3조6336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 현대차 본사 전경. 뉴스1

24일 현대차가 지난 1분기 매출 44조4078억원, 영업이익 3조6336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 현대차 본사 전경. 뉴스1

현대차가 ‘환율 효과’에 힘입어 역대 1분기 최대 매출 기록을 세웠다. 글로벌 판매량은 줄었지만, 하이브리드 등 고부가가치 모델이 실적을 뒷받침했다. 2분기 이후 트럼프 관세 영향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현대차는 현지 완결형 공급망을 구축해 대응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24일 현대차는 지난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44조4078억원, 영업이익 3조6336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전년 동기(40조6585억원) 대비 9.2% 늘어 역대 1분기 최대 매출 기록을 경신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3조5574억원) 대비 2.1% 늘었지만, 2023년 1분기 실적(3조6423억원)엔 못 미쳤다. 영업이익 증가세가 매출 증가세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영업이익률은 8.7%에서 8.2%로 줄었다.

현대차 준중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아이오닉5 모습. 사진 현대차

현대차 준중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아이오닉5 모습. 사진 현대차

현대차의 1분기 매출은 환율 효과와 친환경차 판매 덕분이었다. 현대차는 매출 증가분 3조749억원 가운데 2조590억원(54.9%)이 원화 값 하락에 따른 해외 판매 대금 증가 효과라고 밝혔다. 전기차·하이브리드차 등 고부가가치 차량 판매 효과는 매출 증가분의 23.2%(8690억원)를 차지했다. 지난 1분기 현대차의 글로벌 판매량(100만1120대)은 전년 동기(100만6706대) 대비 0.6% 줄었지만, 친환경차 판매(21만2426대)는 38.4% 늘었다. 현대차 관계자는 “거시 경제 불확실성에 따른 신흥 시장 판매 감소에도 불구하고, 고부가가치 차종 판매 비중이 늘어나는 등 질적 성장을 이어갔다”라고 말했다.

경기도 평택항 부두에 현대차·기아의 수출용 차량이 선적을 위해 세워져 있는 모습. 사진 연합뉴

경기도 평택항 부두에 현대차·기아의 수출용 차량이 선적을 위해 세워져 있는 모습. 사진 연합뉴

영업이익은 소폭 증가에 그쳤다. 판매 촉진을 위한 인센티브 지출이 늘었기 때문이다. 지난 1분기 현대차의 자동차 사업 부문 영업이익(2조8930억원)은 전년 동기(2조9990억원) 대비 3.5%(1060억원) 줄었는데, 이는 판매관리비가 4870억원에서 5346억원으로 9.8%(4760억원) 증가한 영향이 컸다. 현대차 재경본부장(CFO)을 맡고 있는 이승조 부사장은 이날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인센티브 지출과 미래 기술을 위한 투자 집행에도, 하이브리드차 판매 호조와 우호적인 환율로 역대 1분기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라며 “연초 발표한 매출 증가율 3~4%, 영업이익률 7~8%의 가이던스(실적 전망치)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지난달 26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DC 백악관 집무실에서 수입산 자동차에 대한 25% 관세 부과를 밝히고 있는 모습. AFP=연합뉴스

지난달 26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DC 백악관 집무실에서 수입산 자동차에 대한 25% 관세 부과를 밝히고 있는 모습. AFP=연합뉴스

문제는 미국 관세 영향이 나타나는 2분기부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3일(현지시간) 수입산 자동차에 25%의 관세를 부과했다. 다음 달 3일부터는 자동차 부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한다. 24일 신용평가사스탠다드앤푸어스(S&P) 글로벌은 관세 영향으로 올해 미국 시장 자동차 생산이 94만4000대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 미국 생산량(1056만대)의 9% 수준이다. 미국의 자동차시장 조사기관 센터포오토모티브리서치(CAR)는 지난 10일 미국 시장에 진출한 완성차 업체의 자동차 1대당 평균 추가 비용이 현지에서 생산할 때는 4239달러(약 610만원), 해외에서 수입할 때는 8722달러(약 1250만원)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달 26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엘라벨에서 열린 '현대자동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준공식에서 박수를 치는 모습. 사진 현대차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달 26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엘라벨에서 열린 '현대자동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준공식에서 박수를 치는 모습. 사진 현대차

현대차는 관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미국 현지에 완결형 공급망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달 미국 조지아주 신공장 ’메타플랜트아메리카(HMGMA)’ 준공식에서 미국 현지에서 연간 120만대의 자동차를 생산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현대차·기아의 미국 판매량은 170만8293대다. 이 부사장은 “미국 공장의 생산 효율화 방안을 마련하는 동시에 현지 공급업체 선정 등 공급망 확보를 위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라며 “코로나19팬데믹 당시 차량용 반도체 수급 위기 상황에서 신속하고 유연한 대응으로 수익성을 높였던 것처럼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 위해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