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대형산불 위협…강풍·건조·인파 최악 조건 겹쳤다

지난 26일 강원 인제에서 진화 헬기가 산불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인제군 제공

지난 26일 강원 인제에서 진화 헬기가 산불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인제군 제공

주말 동안 강원 인제 등 전국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산불이 발생했다. 당분간 건조한 날씨에 강풍이 불 것으로 보여 대형산불의 위험이 다시 커질 전망이다.

27일 산림청에 따르면, 전날부터 이날 오후 3시까지 전국에서 총 11건의 산불이 발생했다. 절반 이상인 6건이 영남 지역에서 발생했고, 강원 2건, 전라 2건, 충청 1건이었다.

전날 오후 강원 인제에서 발생한 산불은 20시간이 지난 이날 오전이 돼서야 대부분 꺼졌다. 이 과정에서 산불 대응 2단계가 발령됐으며, 주민 200여 명이 대피하기도 했다. 

산림·소방 당국 등은 이날 오전 9시쯤 주불 진화를 완료하고 헬기 6대와 인력 105명을 동원해 잔불 정리와 뒷불 감시 작업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당국은 이번 산불로 산림 73㏊(헥타르)가 피해를 본 것으로 추정했다. 축구장 97개와 맞먹는 면적이다.

강한 서풍에 건조한 대기…나들이 인파 몰려

지난 26일 강원 인제에서 발생한 산불로 민가 주위에서 연기가 자욱하게 올라오고 있다. 인제군 제공

지난 26일 강원 인제에서 발생한 산불로 민가 주위에서 연기가 자욱하게 올라오고 있다. 인제군 제공

최근 잠잠했던 산불이 다시 연달아 난 건 건조한 대기와 강풍이라는 최악의 기상 조건이 겹쳤기 때문이다. 한반도를 중심으로 남고북저형(남쪽에 고기압이 북쪽에 고기압이 배치하는 형태) 기압 배치가 나타나면서 그 사이로 강한 서풍이 불었다. 여기에 지형적인 영향으로 동쪽 지역은 대기가 매우 건조해진 상태다.


27일 기상특보 발효 현황. 기상청 제공

27일 기상특보 발효 현황. 기상청 제공

기상청은 강원 태백·남부 산지, 대구, 경북 포항·청송·영덕·북동 산지 등에 건조경보를 발령했다. 동해안 지역에는 강풍주의보까지 내려졌다.

특히, 맑고 완연한 봄 날씨에 나들이 인파나 산을 찾는 등산객들이 크게 늘면서 실화의 위험성도 높은 상황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바람도 강하게 불어 작은 불씨가 큰불로 번질 수 있으니, 입산을 자제하고 야외 활동 시 산불 및 각종 화재 예방에 각별히 유의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5월 대형산불 빈도 잦아져…적극 예방 조치” 

당분간 비 소식이 없다는 것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28일과 29일에도 전국적으로 대체로 맑은 날씨 속에 순간풍속 시속 55㎞에 이르는 강한 바람이 불 것으로 예상된다. 

징검다리 연휴 첫날인 다음 달 1일에는 수도권과 강원 영서, 충청권에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됐다. 이 비가 강원 영동과 영남 지역까지 확대될 경우 산불 위험을 낮출 수 있지만 현재로써는 가능성이 크진 않다.

서재철 녹색연합 전문위원은 “5월에도 대형 산불의 빈도가 높아지는 추세”라며 “건조에 강풍의 징후가 확인되면 산림 인접 마을의 주택과 시설물에 하루 3회 이상 미리 물을 뿌리는 등 적극적인 산불 피해 예방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