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항공기' 협력 손잡은 한진·LS… ‘반(反)호반 연대' 해석도

지난 25일 한진그룹과 LS그룹이 동반 성장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사진은 서울 중구 한진빌딩 전경. 사진 한진그룹

지난 25일 한진그룹과 LS그룹이 동반 성장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사진은 서울 중구 한진빌딩 전경. 사진 한진그룹

한진그룹과 LS그룹이 도심형항공교통(UAM) 사업을 위해 손을 맞잡는다. 한진이 도심형 항공기를 띄우고, LS가 충전 시설 등 인프라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두 그룹이 각각 껄끄러운 관계인 호반그룹을 견제하기 위해 협력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28일 한진그룹과 LS그룹은 지난 25일 사업 협력과 협업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항공우주사업과 UAM 등 미래 사업이 대표적인 협력 분야다. 두 그룹은 이번 MOU를 기반으로 각 그룹의 모든 사업 영역에서 시너지를 창출하고 동반 성장을 도모한다는 계획이다.

전남 고흥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 항공센터 내 도심항공교통(UAM) 실증단지에서 국내 개발 기체 오파브(OPPAV)가 시험비행에 나서는 모습. 연합뉴스

전남 고흥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 항공센터 내 도심항공교통(UAM) 실증단지에서 국내 개발 기체 오파브(OPPAV)가 시험비행에 나서는 모습. 연합뉴스

UAM은 도시 과밀화와 교통 체증을 해결할 수 있는 미래 모빌리티로 관심을 끌고 있다. 미국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는 글로벌 UAM 시장 규모가 2035년 255억 달러(약 37조원)에서 2040년 1조 달러(약 1440조원)로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토교통부는 같은 기간 국내 UAM 시장 규모가 109억 달러(약 15조7000억원)로 커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한진그룹과 LS그룹은 UAM 인프라 시너지를 노리고 있다. LS그룹이 항공기 충전소, 통신 체계 등 인프라를 구축하면 한진그룹이 관제와 운항 등을 관리하는 방식이다. 두 그룹은 이 외에도 스마트팩토리, 친환경 운송수단 등 각 사업 영역에서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항공우주사업부터 물류까지 전 사업 영역에 걸쳐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안을 살펴보고 있다”라며 “동반 성장을 위한 미래 사업 발굴도 협력 대상”이라고 말했다. 

LS일렉트릭이 개발한 산업현장 스마트 안전관제 플랫폼 'LS SHE with AI' 키오스크 모습. 사진 LS일렉트릭.

LS일렉트릭이 개발한 산업현장 스마트 안전관제 플랫폼 'LS SHE with AI' 키오스크 모습. 사진 LS일렉트릭.

재계에서는 두 그룹이 손을 잡은 배경에 호반그룹을 견제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두 그룹 모두 호반그룹과 불편한 관계인 만큼, ‘반(反)호반’ 전선을 구축에 나선 것이라는 관측이다. 


호반건설은 2022년 한진칼과 경영권 분쟁을 벌였던 사모펀드 KCGI의 지분을 인수하며 한진칼 2대 주주(17.9%)에 올랐다. 호반건설이 2015년 아시아나항공의 모회사 금호산업 인수전에 뛰어들었던 것에 이어 한진그룹 지주회사 한진칼의 지분을 사들이자 항공업 진출을 노리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호반건설은 지난달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이사 보수 한도 승인 안건에 반대표를 던지며 현 경영진에 대한 견제 의사를 드러내기도 했다.

호반그룹 로고. 사진 호반그룹

호반그룹 로고. 사진 호반그룹

호반그룹 계열사 대한전선은 LS전선 해저케이블 기술 유출 의혹과 관련해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두 회사는 2019년부터 이달 초까지 특허 침해 여부를 두고 5년 넘게 법적 공방을 이어왔다. 이 과정에서 호반그룹이 ㈜LS 지분 약 3%를 매수하기도 했다. 호반그룹은 “단순 투자 목적”이라고 밝혔지만, 회계장부 열람 청구권, 이사 해임 청구권 등 주주 권한 행사를 노린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재계 관계자는 “두 그룹 모두 호반의 경영권 흔들기를 우려하고 있다”라며 “이제 막 협력을 시작하는 단계지만 나중에는 상호 우호 지분 확보, 지분 교환 등 공고한 협력관계 구축까지 이어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