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태균 "오세훈, 당선되면 서울 아파트 한 채 사준다더라"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의 공천 개입과 오세훈 서울시장의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30일 정치브로커 명태균씨와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을 재소환했다. 전날 “오세훈을 잡으러 서울까지 왔다”고 했던 명씨는 이날도 “촛불이 꺼질때는 확하고 꺼진다”며 오 시장을 저격했다. 검찰은 전날에 이어 명씨를 상대로 오 시장 의혹을 집중 추궁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공천 개입 의혹의 핵심 인물인 명태균 씨가 30일 오전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 청사로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공천 개입 의혹의 핵심 인물인 명태균 씨가 30일 오전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 청사로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명태균 “오세훈이 서울로 빨리 와달라고 해”

서울중앙지검 명태균 의혹 전담수사팀(팀장 이지형 차장검사)은 이날 명씨와 김 전 의원을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 청사로 이틀째 불러 조사 중이다. 이날 오전 10시16분쯤 서울고검에 출석한 명씨는 전날 조사 내용에 대해 “오세훈 잡으러 왔으니 오세훈 물어봤겠지. 중국집에 가면 중국음식을 먹는 것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명씨는 검찰에 임의 제출한 본인의 휴대전화에 오 시장과의 만남을 입증할 증거가 모두 들어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오 시장과의 대화 등 녹취 자료의 존재에 대해선 “증거 자료는 내가 이야기하면 오 시장이 방어할 것 같다”고 했다. 전날 서울시가 ‘명태균은 선거를 이용해 사기 행각을 벌이는 범죄자’라고 입장을 낸 데 대해선 “촛불은 꺼질 때 확하고 꺼진다”며 오 시장을 저격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공천 개입 의혹의 핵심 인물인 명태균 씨(왼쪽)와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 뉴스1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공천 개입 의혹의 핵심 인물인 명태균 씨(왼쪽)와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 뉴스1

명씨는 전날 8시간 30분에 걸친 조사를 마치고 취재진과 만나 오 시장과 관련된 주장을 쏟아냈다. 오 시장이 후원자인 김한정씨를 통해 여론조사 비용을 대납했다는 의혹을 받는 2021년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관련해 ▶오 시장 측이 “명씨와 연을 끊었다”고 주장하는 2021년 2월 중순 이후로도 연락을 지속했고 ▶오 시장에게 직접 여론조사 결과를 보고했다는 것이다.


 
검찰에 오 시장과 나눈 구체적인 통화 내용도 진술했다고 말했다. 명씨는 “2021년 1월 22일 오 시장이 나경원 후보에게 진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뒤 오 시장과 4차례 통화했다”고 했다. 당시 오 시장이 자신에게 ‘서울로 빨리 와달라. 나경원을 이기는 여론조사가 절실히 필요하다’, ‘김한정 회장(오 시장의 후원자)을 만나러 간다. 정치자금법 위반 위험 때문에 여론조사비용 2000만원을 빌리러 간다’고 했다고도 주장했다.

또 명씨는 2021년 1월 광진구의 한 중식당에서 오 시장을 만났고, 이 자리에서 오 시장이 명씨에게 “당선을 도와주면 서울 아파트 한 채를 사드리고 싶다”, 김 전 의원에겐 “서울도시주택공사(SH) 사장 자리를 주겠다”고 말했다고도 했다.

 

오세훈 측 “7번 만남은 명태균이 캠프에 기웃거린 것”

오세훈 서울시장이 25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협약식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 서울시

오세훈 서울시장이 25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협약식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 서울시

다만 오 시장 측은 29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명씨의 주장은 “너무 허무맹랑해 반박할 가치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오 시장의 휴대폰을 포렌식한 결과, 명씨와 연락한 건 2021년 1월 20일 광진구 중식당 예약을 알려준 내용 뿐이다”고 강조했다.

 
이 중식당 만남은 오 시장이 김 전 의원에게 SH사장 자리를 제안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자리로, 참석자는 오 시장‧강철원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명씨‧김 전 의원 4명이다. 오 시장 측은 이 만남을 “김영선 전 의원이 김종인 위원장의 소개라면서 명씨를 인사시켜주겠다고 해 만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 전 부시장은 “명씨가 오 시장의 당선을 돕겠다고 했다. 그래서 여론조사해온 것들을 보여달라고 했는데, 공포할 수 없는 수준으로 엉망이었다”며 “2021년 2월 중순 이후 연을 끊었다. 제 휴대폰 포렌식에서도 그 이후 명씨와 통화, 메신저 한 내용이 아무것도 없다”고 했다.

오 시장 측은 명씨와의 7번 만남에 대해 “명씨가 오 시장에게 쫓겨난 뒤 캠프에 기웃거린 것이다”고 했다. 오 시장의 후원자인 김한정씨와 오 시장이 그에게 빌리러 갔다는 2000만원에 대해서도 “오 시장이 변호사인데 선거법을 위반하는 이야기를 왜 하겠느냐”고 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30일 본인의 페이스북에 명태균씨에 대한 입장을 적었다. 오 시장 페이스북 캡쳐

오세훈 서울시장이 30일 본인의 페이스북에 명태균씨에 대한 입장을 적었다. 오 시장 페이스북 캡쳐

오세훈 “명태균, 측은하다…진실 말하라”

오 시장은 30일 본인의 페이스북에 ‘명태균씨에게’라는 서두로 “적개심으로 포장하여 세상을 향해 허무맹랑한 거짓 주장을 늘어놓는 모습에 측은함을 금할 수 없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진심으로 당신 가족의 명예를 지키고 싶다면 지금부터라도 진실만을 이야기하라”고 강조했다.

 
검찰은 전날 김 전 의원을 대상으로도 오 시장과 만난 경위 등을 확인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김 전 의원을 통해 오 시장 의혹과 관련한 명씨와 관련자들의 주장을 교차 검증하고 있다. 검찰은 이날 윤 전 대통령과 김 여사의 공천개입 의혹도 조사할 전망이다. 윤 전 대통령 부부는 2022년 6‧1 지방선거 등 각종 선거에 특정 후보가 국민의힘 후보로 공천받도록 영향력을 행사한 의혹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