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러시아 파병 북한군, 사망자 600명 포함 4700여명 사상"

훈련 중인 북한군(완쪽)과 러시아군이 함께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 타스

훈련 중인 북한군(완쪽)과 러시아군이 함께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 타스

 
국정원은 북한이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벌이고 있는 러시아에 두 차례에 걸쳐 약 1만5000명의 병력을 파병했고, 이 중 사상자는 470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했다. 조태용 국가정보원장이 30일 국회 정보위원회에 출석해 이 같은 내용을 보고했다.

정보위 소속 이성권 국민의힘 의원과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북한군 사상자는 600여 명의 사망자를 포함해 약 4700명으로 추산된다”며 “이중 약 2000명은 3월까지 항공기와 열차를 이용해 북한에 송환됐다”고 밝혔다. 이어 “이들은 평양 등지에서 격리 수용 중”이라며 “전사자들은 쿠르스크에서 화장된 다음 북한으로 이송됐다”고 부연했다.

 

 조선인민군 총정치국 부국장인 박영일을 단장으로 하는 조선인민군대표단이 러시아에서 열리는 제3차 국제반파쇼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평양을 출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9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조선인민군 총정치국 부국장인 박영일을 단장으로 하는 조선인민군대표단이 러시아에서 열리는 제3차 국제반파쇼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평양을 출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9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국정원은 파병된 북한군이 러시아의 쿠르스크 탈환 작전에 집중적으로 참여한 것으로 보고있다. 이 의원은 “러시아가 대부분의 영토를 수복함에 따라 3월 이후 교전이 감소했다”며 “이에 3차 파병은 가시적 움직임이 없지만, 가능성은 남아있다”고 말했다. 러시아 서남부 지역인 쿠르스크는 우크라이나가 지난해 8월 기습적으로 점령했지만, 지난 3월 러시아에 수복됐다. 이 의원은 또 “북한군이 신형 무기 운용에 익숙해지며 전투력이 상당히 향상됐고, 초기의 미숙함이 줄었다”면서도 “파병 장기화로 북한군 내 과음·절도 등 현지 일탈 행위도 보고됐다”고 언급했다.

최근 러시아가 북한군의 파병 사실을 공식화한 배경을 놓고는 “러시아와의 밀착 기조 속에서 종전 후 동맹 관계를 펴려는 김정은과, 극적인 성전(聖戰)의 모양새가 필요한 푸틴의 입장이 절충된 결과”라고 국정원이 보고했다. 이와 관련 우크라이나 군에 붙잡힌 북한군 2명의 포로 지위에 대한 질의도 이어졌다고 한다. 정보위 관계자는 “국정원도 한국 행 요청 시 전원 수용한다는 원칙과 법령에 따라 필요한 보호를 제공할 것이지만, 현재 포로 2명의 귀순 의향이 100%까지는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며 “북한이 하나의 전쟁 주체가 됐기 때문에 협상력이 생겼고, 북한이 이들을 송환 받으려는 의사가 있어 향후 복잡한 국면에 접어들 수 있다는 취지의 분석이 오갔다”고 전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 1월 1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서부 쿠르스크 지역에서 북한 군인 2명을 생포했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엑스 캡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 1월 1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서부 쿠르스크 지역에서 북한 군인 2명을 생포했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엑스 캡처

 
북한은 러시아로부터 파병의 대가로 군사 기술 및 장비를 지원 받고 있는 것으로도 파악됐다. 김 의원은 “북한이 정찰 위성 및 발사체에 대한 기술 자문, 무인기 실물, 전자전 장비, SA-22 지대공 미사일 등을 받은 것으로 보고 받았다”며 “이외에도 러시아와 금속·항공·에너지·관광 등 14개 부문에서 산업 현대화를 논의 중이고, 북한 노동자 1만5000명 정도가 러시아로 송출됐다”고 말했다.

국정원은 이날 북한 내부 군사 동향도 보고했다. 이 의원은 “영변 핵 시설에서 무기급 플루토늄 생산을 계속하고 있다. 김정은이 결심할 경우 언제라도 핵 실험이 가능하도록 풍계리 갱도를 관리 중”이라며 “또 큐알코드(QR)를 활용한 ‘큐싱 메일’ 등 해킹 방식도 지능화되고 있고, 러시아와의 사이버 공조도 강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김 의원은 “북한이 2016년 이후 전 세계를 대상으로 탈취한 가상자산은 총 6조원 정도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됐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이날 국회 정보위에 김 위원장의 둘째 딸 김주애의 행보에 대해 "4월 들어 김정은의 역점 사업 현장 방문을 연거푸 수행하면서 후계 구도 구축 분위기를 다져가고 있는 양상"이라고 보고했다. 연합뉴스

국정원은 이날 국회 정보위에 김 위원장의 둘째 딸 김주애의 행보에 대해 "4월 들어 김정은의 역점 사업 현장 방문을 연거푸 수행하면서 후계 구도 구축 분위기를 다져가고 있는 양상"이라고 보고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동향에 대해선 이 의원이 “건강 이상 징후 없이 분주히 국방·민생 행보를 전개하고 있다”며 “양대 정치 행사인 당 창건 80주년, 9차 당 대회 준비와 대러 관계 우려 해소 및 트럼프 2기 정부 대응에 고심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고위 간부 기강 잡기에 이어 당 비서국 회의, 인민 반장 회의 등의 정치 행사를 기획해 정책 추진 동력 확보를 도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국정원은 중국인들이 국내에서 군부대 등을 무단으로 촬영한 사건이 작년 6월부터 11건 발생한 것으로 파악했다. 이 의원은 “작년 6월 부산 해군 작전사령부에 정박한 항공모함을 중국인이 드론으로 촬영한 것을 시작으로 총 11건이 발생했다. 대상은 군 기지, 공항·항만, 국정원 등 핵심 시설에 집중됐다”며 “관광객 등 일시 방한객과 유학생이 대부분이고, 미성년자도 있었다”고 밝혔다.

서울 서초구 국가정보원의 모습. 연합뉴스

서울 서초구 국가정보원의 모습. 연합뉴스

 
정보위 관계자는 “피의자들이 여행 기록용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경계선 밖에서 촬영하는 등 국내법을 회피하려는 의도가 다분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부연했다. 이 의원은 “간첩법 개정을 통해 북한 뿐 아니라 다른 국가들이 우리나라 기밀을 누출하거나 탐지·획득하는 부분에 대해 엄단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