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사령탑 부재에 대외신인도·美협상 우려…추경은 예정대로

지난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추가경정예산안이 통과되자 당시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감사 인사를 한 뒤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추가경정예산안이 통과되자 당시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감사 인사를 한 뒤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1일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사퇴로 경제 사령탑 자리가 비었다. 새 정부가 출범하는 다음 달까지 현 상태가 이어질 수밖에 없다.

경제 사령탑 부재는 내수 경기 부진, 트럼프발 수출 ‘경보음’이 이어지는 가운데 튀어나온 또 다른 악재다. 2일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최근 정국 불안 자체가 경제 정책의 연속성과 대외신인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평가했다.

국제 신용평가사 S&P는 지난달 15일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A’로 유지하면서도 “정치적 분열이 이어질 경우 차기 정부의 정책 추진 동력이 약화할 수 있다”고 이미 경고했다.  

앞서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로 불거졌던 정국 불안은 지난달 4일 윤석열 대통령 파면으로 완화했다. 그러나 한덕수 전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대선 출마를 위해 사직하고 대행 자리를 물려 받아야 할 최 전 부총리가 더불어민주당의 탄핵 압박에 스스로 물러나면서 정국 불안이 다시 번졌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가 2022년 대선을 앞두고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를 했다는 혐의에 대해 대법원은 1일 유죄 취지로 파기 환송 판결을 내린 상태다. 여기에 더해 민주당이 ‘대통령 되면 형사재판 정지’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을 추진하는 점도 정국을 더 불투명하게 한다.


이와 관련해 기재부 관계자는 “한국의 경제 정책은 (정치적 변수와 별개로) 시스템에 의해 일관성 있게 추진되고 있다는 점을 국제 신용평가사들에 설명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와 진행하던 통상 협의에도 경고등이 들어왔다. 한 전 권한대행과 최 전 부총리의 동반 사퇴에 따른 리더십 공백 탓에 부처 간 의견을 조율하는 일부터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커졌다. 이날 미국 블룸버그통신은 “한국이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서 취약한 위치에 놓였다”고 보도했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이주호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최대한 빨리 통상 현안을 파악하고 상실된 부처 간 협의 조정 기능을 살리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성훈 고려대 국제대학원 명예교수는 “새 정부가 들어서기 전에는 중요한 결정을 미룰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최 전 부총리를 대신해 경제 수장(장관 직무대행) 역할을 하게 된 김범석 기재부 1차관은 2일 오전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병환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함께 긴급 거시경제ㆍ금융현안간담회(F4 회의)를 했다. 김 직무대행은 “증대된 정치적 불확실성이 금융ㆍ외환 시장에 주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24시간 비상점검ㆍ대응체계를 지속 가동하겠다”고 밝혔다.

김 직무대행은 이날 기재부 확대간부회의도 소집해 “대외신인도 사수와 관세 충격 최소화에 총력을 다하고, 추가경정예산(추경)을 최대한 신속히 집행해 재해ㆍ재난 대응, 통상ㆍ인공지능(AI) 지원, 민생 지원, 건설 경기 보강 등을 차질 없이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면서 “기재부 전 직원이 어떠한 상황에도 흔들림 없이 맡은 바 업무를 충실하게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제 사령탑 자리는 사실상 공석이지만 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13조8000억원 규모의 추경은 예정대로 집행된다. 정부는 이날 열린 국무회의에서 산불 피해 지원금,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 발행비 등을 포함하는 추경 배정계획안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기재부는 산불 피해 주민을 대상으로 주거ㆍ생계비 지급을 곧 시작한다. 전통시장 디지털 온누리 상품권 환급의 경우 ‘5월 동행축제’와 연계해 집행한다. 관세 피해 기업을 위한 수출바우처는 이달 중 신청ㆍ접수를 받아 6월 중 준다.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는 5~6월 중 사업 공모를 해 연내 들여올 계획이다. 소상공인이 공공요금이나 보험료를 낼 때 쓸 수 있는 부담경감크레딧(연 50만원씩)은 6월부터 순차적으로으로 지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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