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5일부터 신규 가입자 모집을 중단한다. 유심(USIM·가입자 식별 모듈) 정보 유출 사고로 이용자들의 불만이 폭주하고, 대책을 요구하는 정부·국회의 압박이 커지자 내놓은 조치다.
유영상 SK텔레콤 대표가 2일 서울 중구 SKT타워에서 열린 유심 정보 유출 관련 일일 브리핑에서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2일 유영상 SKT 대표는 서울 을지로 SKT타워에서 설명회를 열고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추가 고객 보호 방안을 발표했다. 유 대표는 “모든 것을 고객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세심함이 부족했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는 “SK텔레콤 구성원들은 일선 매장으로, 공항으로, 산간 벽지로 직접 고객분들을 찾아가 이번 사고에 따른 고객 불편을 조금이나마 덜어드리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①신규 고객 안 받는다: 유심과 관련한 특단의 대책이 마련될 때까지 직영점‧대리점 등 전국 2600여개 T월드 매장은 신규 고객 상담을 중단하고 유심 교체 업무에만 집중할 예정이다. 이 기간 발생한 T월드 매장의 영업 손실은 본사가 보전한다. 다만 전국 수만 개로 추정되는 휴대전화 판매점이나 온라인 유통 채널의 신규 가입자 유치까지는 막지 못한다는 게 SKT 입장이다.
②유심보호서비스 자동 가입: SKT는 디지털 취약 계층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는 사회적 요구를 수용해 2일부터 모든 고객이 별도로 신청하지 않아도 유심보호서비스에 가입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SKT에 따르면 현재 1442만명의 이용자가 유심보호서비스에 가입했다. 자동 가입 대상은 침해 사고 이후 아직까지 유심보호서비스에 가입하지 않았거나, 유심을 교체하지 않은 고객이다. 이 중 75세 이상 어르신 및 장애인 고객을 우선 가입시킬 예정이다.
③유심 재고 확보: 원활한 유심 교체를 위한 재고 확보 방안도 내놨다. SKT는 “유심 제조사와 생산량 증대를 위한 핫라인을 구축하고 해외 칩셋 제조사에도 공급 일정 단축을 위한 협조를 요청할 것”이라고 전했다.
④해외 여행객 지원 확대: 오는 6일까지 인천공항과 김포공항 내 로밍 센터 내 좌석수를 두 배로, 업무 처리 용량을 세 배로 확대 운영한다. 2일 오후부터 이어질 황금 연휴를 앞두고 인천공항에는 면세구역 내에도 11석을 추가로 신설해 고객의 편의를 돕는다. 또 본사직원 100여명을 현장에 투입해 유심 교체 업무를 돕는 등 서비스 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⑤새 유심보호서비스 개발: SKT는 해외로밍 시에도 이용 가능한 ‘유심보호서비스 2.0’를 오는 14일부터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이미 유심보호서비스에 가입되어 있는 경우는 별도 신청하지 않아도 자동 적용된다.
SKT가 이날 발표한 고객 보호 방안은 지난 1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행정지도에 따른 조치다. 전날 정부는 유심 부족이 해소될 때까지 SKT에 번호이동을 포함한 신규 가입자 모집을 전면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앞서 지난달 30일 이뤄진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 청문회에서도 “SKT가 신규 고객에게는 유심을 제공하면서 유심 무상 교체를 위해 대기하는 고객에게는 재고 부족을 이유로 제공을 제한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용자들이 SKT에서 다른 통신사로 번호이동할 때 내야 하는 위약금 면제 여부는 이번 대책에서 빠졌다. 유 대표는 “사내에서 종합적인 검토를 거치고 있는 과정”이라며 “위중한 사안이기에 이사회의 논의와 의결도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사회 논의와 과기정통부 법무 검토 등이 끝나면 판단할 예정이고, 시기에 대해 특정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SK텔레콤은 2일부터 데일리 브리핑을 통해 유심 교체 및 예약 현황, 유심보호서비스 가입자 수, 로밍 서비스 정보 등 고객보호 관련 통계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새로 추가되는 보호조치 안내, 불필요한 오해를 바로잡는 설명 등도 진행할 예정이다.
국회 과방위는 오는 8일 SKT 관련 사안만 단독으로 다루는 청문회를 열기로 했다. 이 청문회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7인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김남영 기자 kim.namyoung3@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