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게임사 위메이드가 운영하는 가상화폐 위믹스(WEMIX)가 다음 달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상장폐지된다. 위믹스는 2022년 유통량 공시 문제로 이미 한 차례 국내 거래소에서 퇴출된 바 있다. 한 코인이 두 차례 상장폐지된 사례는 국내에선 처음있는 일이다.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은 2일 오후 거래유의 종목으로 지정된 위믹스의 거래지원을 종료(상장폐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빗썸은 “(앞선) 거래유의 지정 사유에 대한 재단의 소명 자료 만으로는 거래유의 지정 사유가 해소되지 않았으며, 발행 주체의 신뢰성과 보안 관련된 부분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거래지원 유지 기준에 부합하지 않았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빗썸은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에 참여하고 있는 거래소다. 위믹스 상장폐지 결정은 코인원·코빗·고팍스 등 위믹스를 취급하고 있던 DAXA 소속의 다른 거래소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이번 결정은 위믹스재단이 지난 2월 28일 자체 지갑(플레이브릿지)에 보유하고 있던 약 90억원 어치의 위믹스를 해킹당한 사건에서 촉발했다. 위믹스재단은 해킹 나흘 뒤인 3월 4일에야 자사 홈페이지에 해킹 사실을 알려 ‘은폐 시도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해킹 사실이 알려지자 DAXA는 “이용자의 합리적인 투자 판단이나 가상자산 가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사항을 불성실하게 공시했고, 사건 발생 원인에 대한 명확한 소명과 피해자 보상 방안이 부재하다”는 이유로 위믹스를 거래유의 종목으로 지정했다.
김석환 위믹스재단 대표가 3월 17일 경기도 성남 분당구 판교 한컴타워에서 열린 위믹스 가상화폐 해킹 피해 관련 긴급 간담회에서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후 위믹스재단은 1년 내 100억원 규모의 바이백(자사 코인 매입)을 실시하고, 별도로 2000만 위믹스(약 160억원어치)를 장내 매수해 해킹으로 인한 시장 불안을 해소하겠다고 공지했다. 사내 모든 인증 절차를 교체하고, 새로운 블록체인 인프라 환경을 조성하는 등 재발방치 대책도 내놨다. 그러나 위믹스는 2022년 12월에도 각 거래소에 제출한 유통량 계획 정보와 실제 유통량 간의 차이가 있다는 점이 문제가 돼 이미 상장폐지된 전례가 있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이 정도 대책으로는 시장 신뢰를 회복하기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있어왔다.
상장폐지가 결정되자 위믹스재단은 홈페이지를 통해 “이유를 막론하고 홀더, 커뮤니티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는 입장을 냈다. 그러면서 “국내 거래소의 거래 지원 종료와 무관하게 위믹스 생태계 성장에 대한 재단과 위메이드의 의지와 신념에는 추호의 흔들림도 없다”며 “이미 안내된 추가 보안 강화 조치와 바이백은 계획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2일 오후 상장폐지 소식이 알려지자 위믹스 가치가 60% 넘게 급락했다. 빗썸 캡처
하지만 이날 빗썸에서 1200원~1300원 수준으로 거래되던 위믹스는 상장폐지 공지가 나온 직후 60% 넘게 떨어져 400원대를 횡보하고 있다. 위믹스 거래는 다음 달 2일 오전 3시부터 중지된다. 7월 2일부터는 출금 지원도 종료된다. 위메이드 측은 “위믹스 및 블록체인 사업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바탕으로 글로벌 거래소 추가 상장 등 다양한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