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트남 호찌민시의 한 의류 공장 모습.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이 베트남 정부와 세금 미환급 문제로 씨름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베트남 최대 산업단지인 동나이성(省)에서 약 1200명 규모의 섬유 가공 공장을 운영하는 중소기업 A사는 지난해 3월부터 베트남 정부로부터 약 35억원 상당의 부가가치세를 환급받지 못했다. 베트남은 수출 기업에겐 부가세율 ‘0%’를 적용해 혜택을 주는 ‘내국수출입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수출 기업들은 이에 따라 원재료나 반제품을 수입하거나 내수로 구매할 때 8~10%가량의 부가가치세를 낸 뒤 사후 환급 혜택을 받았다. 2013년 현지 공장을 설립한 A사도 매달 부가세 8% 상당을 돌려받았지만, 최근 1년 넘게 환급을 받지 못하고 있다.
6일 정부와 재계에 따르면, 베트남 정부가 부가가치세 환급을 장기간 지연하면서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2022년 10월 베트남 빈증성(省) 세관국이 “내국수출입제가 시행령 규정만 있고 법률상 근거가 불분명하다”는 취지로 베트남 관세총국에 문제제기한 뒤부터 정부 기조가 달라졌다고 한다. 베트남 관세총국은 2023년 5월 빈증성 세관국의 판단이 맞는다는 유권해석을 내놨다.
같은 해 베트남 국회 법률위원회도 “수출 상품 및 서비스에 대한 부가가치세 공제에 대한 근거와 영향을 구체적으로 명시해달라”고 정부에 요구했다. 이에 베트남 정부는 올해 하반기 관련 법을 제정하고 제도 개편안을 발표하겠다는 입장이다.

김영옥 기자
대기업도 베트남 정부와 미환급 문제로 씨름 중이다. 삼성전자 호찌민 가전복합단지(SEHC) 법인의 경우 지난 2021년 5월부터 약 5820억동(약 319억 5180만원) 규모의 부가세를 환급받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SEHC는 지난 2021년 매입부가세를 면세 받는 수출가공기업(EPE)으로 전환했다. 그 과정에서 베트남 정부가 세무 당국과 관세 당국 중 관할 기관을 정하지 못해 환급이 지연됐다고 한다. 베트남에 진출한 효성 그룹도 부가세 지연 문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달 14일 베트남 하노이 롯데호텔에서 현대자동차, 삼성전자, 두산에너빌리티, 희성전자를 비롯한 베트남 현지 진출기업 법인장 등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열린 '베트남 현지 진출기업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년호 베트남한인상공인연합회 회장은 “신속한 부가세 환급은 기업이 유연하게 자금을 회전시키고 투자를 확대하는 중요한 요소”라며 “특히 마진율이 적은 중소기업에 부가세 환급은 생존과 직결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내국수출입제 관련 법 제정에 앞서 베트남 정부가 부가세 소급 적용 등을 기업에 약속할 수 있도록 한국 정부가 외교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