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8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 초청 경제5단체 간담회에서 정책 제언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경제5단체가 8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초청해 간담회를 열었다. 경제계는 산업 경쟁력 약화로 한국 경제가 위기에 처했다며 신성장동력 발굴이 시급하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이 후보는 이날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간담회의 모두발언에서 “경제·산업 문제를 정부가 끌고 가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며 “경제는 살리는 일의 중심은 바로 기업”이라고 말했다. 이어 “수요자의 입장에서 행정을 설계하고 집행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경제5단체장들은 새로운 성장 동력 창출을 위한 지원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은 “우리 경제 성장이 올해 1%를 넘지 못한다는 전망이 나오는데, 문제는 이것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는 점”이라며 “위기의 핵심 원인은 산업 경쟁력 약화”라고 짚었다. 이어 “항공우주·인공지능(AI)·로봇·바이오 등 신사업 육성이 절실하니 정부가 직접 인프라를 지원하고 세제 개선으로 투자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 석유화학 같은 위기 산업의 구조 개혁 지원도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일본과 경제 연대를 모색하고 경제 규모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최 회장은 “경제 연대는 단순한 협조가 아니라 유럽연합(EU) 같은 경제 공동체”라며 “현재 2조 달러가 안 되는 대한민국의 국내총생산(GDP)을 일본과 합치면 7조 달러에 달하는 경제로 발전시킬 수 있다”고 밀했다. 그는 해외 고급 인력 유치의 필요성도 제시하며 “약 500만명 정도 해외 인재 유입이 필요하다. ‘고급 두뇌’가 많은 월급을 받고 실제 소비를 해야만 한국이 제대로 큰다”고 말했다.
이에 이 후보는 “최태원 회장의 생각이 저와 똑같다. 전적으로 공감한다”며 “앞으로 AI를 중심으로 하는 첨단기술 산업으로 대대적 전환이 일어날 것”이라고 화답했다. 이어 재생에너지 산업, 문화·관광 산업, 바이오 산업 등을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8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경제5단체장과 간담회에 참석해 정책제언집을 들고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부터 최진식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회장, 윤진식 한국무역협회 회장,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이 후보,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 국회사진기자단
정년 연장과 주 4.5일제에 대한 건의도 나왔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많은 기업이 여전히 호봉제를 운영하는 현실을 고려할 때 일률적인 법정 정년 연장보다는 퇴직 후 재고용 등 유연한 방식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근로시간 유연화도 필요하다며 “주 4.5일제 논의는 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대·중소기업 간 양극화를 심화시킨다는 우려도 있어 노와 사의 선택권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고민해 주시기를 건의 드린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후보는 “(노사) 쌍방이 다 수용할 수 있는 범위에서 조정하고, 산업·기업마다 상황이 다르니 차등을 두고 단계적으로 하면 된다”며 “제가 어느 날 갑자기 긴급 재정명령으로 시행하지 않을까 걱정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그렇게 할 수 없다. 다 대화하고 준비해야한다”라고 답했다. 또 “어느 날 갑자기 계엄 선포하듯이 그렇게 할 것처럼 걱정 안 하셔도 된다”며 “충분히 사회적 대화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제계는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정책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도 요청했다. 윤진식 한국무역협회 회장은 “무역협회가 최근 조사한 바에 따르면 미국의 관세 정책으로 인해 수출 기업 4곳 중 3곳이 계약 취소, 관세 전가 등 직접적인 피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며 “국익과 실리를 기반으로 한 능동적이고 유연한 통상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진식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회장은 한국의 교육 혁신과 상속세·증여세 개편 필요성을 제시했다.
이날 경제5단체는 공동으로 작성한 제언집을 이 후보에게 전달했다. 제언집에는 ‘성장을 추진할 동력’ ‘새로운 산업의 이식’ ‘경제 영토 확장’ ‘기본 토양 조성 및 활력 제고’ 등 4대 분야 14개 아젠다가 담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