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집 사겠단 사람 막을 길 없다"…부동산도 우클릭 행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선거 후보가 8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경제5단체장과 간담회에 참석해 경제정책에 대한 핵심메세지를 발표하고 있다. 2025.05.08 김현동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선거 후보가 8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경제5단체장과 간담회에 참석해 경제정책에 대한 핵심메세지를 발표하고 있다. 2025.05.08 김현동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8일 경제5단체장을 만나 자신의 정년연장 및 주 4.5일제 공약에 대해 “제가 어느 날 긴급 재정명령으로 확 시행할까 걱정이 많이 되시는 것 같다”며 “점진적으로 바꿔가야 한다. 계엄 선포하듯 할 거라는 걱정은 안하셔도 된다”고 말했다. 민주당 집권 시 친(親)노조 성향 정책이 일방적으로 시행될 수 있다는 재계의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취지로 풀이된다.

이 후보는 이날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를 찾아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 윤진식 한국무역협회 회장, 최진식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회장과 정책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손경식 회장은 이 후보에게 “일률적 법정 정년 연장보다 유연한 방식으로 고령자 일자리 문제를 해결해 달라”며 “주 4.5일제는 노사 선택권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고민해 달라”고 건의했다. 이에 이 후보는 “정년 연장 문제를 기업이 다 책임지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방치할 수도 없다”며 “(노사) 쌍방이 수용할 수 있는 범위에서 산업, 기업마다 상황이 다르니 차등을 두고 단계적으로 하면 된다”고 답했다.

이 후보는 이날 “경제 살리는 일의 중심은 기업”이라는 대전제를 거듭 강조했다. 그는 “실리 기반의 유연한 통상 전략이 필요하다”는 윤진식 회장의 제언에 “국민의힘 (계열) 정권이 했던 가장 위대한 일은 노태우 전 대통령이 북방외교를 개척한 것”이라고 호응했다. 그러면서 “공산 국가에 물건을 팔면 어떤가. 엄청난 거대 시장을 열어 국내 기업이 많이 성장했다”며 “진영이나 이념에 경도돼 공연히 시장을 잃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8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경제5단체 간담회에서 경제5단체장들에게 정책 제언집을 전달 받은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최진식 한국중견기업연합회장, 윤진식 한국무역협회장,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이재명 후보,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 류진 한국경제인협회장.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8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경제5단체 간담회에서 경제5단체장들에게 정책 제언집을 전달 받은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최진식 한국중견기업연합회장, 윤진식 한국무역협회장,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이재명 후보,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 류진 한국경제인협회장. 뉴스1

 
이날 간담회는 전날 사법부가 이 후보의 재판 연기 요청을 일부 받아들인 직후 열렸다. 우려했던 사법 리스크가 상당 부분 해소되자, 다시 ‘경제 대통령’ 면모를 부각하며 중도 확장 행보를 재개한 것이다. 이 후보는 규제 완화와 관련해 “수요자 입장에서 뭐가 필요한지를 여러분이 제시해 달라”고 했고, 해외 투자를 강조한 최태원 회장에게 “어쩜 저랑 그렇게 생각이 똑같냐. 전적으로 공감한다”고 화답했다.

다만 상속세 완화엔 이견을 드러냈다. 참석자들이 이 문제를 꺼내자 이 후보가 “가업 상속 특례가 매출 5000억원까지 상당히 완화된 상황”이라며 “(특례를) 더 늘리자고 하면 국민이 수용하기 어렵지 않나 생각이 된다”고 부정적 견해를 드러낸 것이다. SK그룹을 이끌고 있는 최태원 회장이 참석한 만큼 SK텔레콤 유심 해킹 관련 대화가 있었는지 묻는 취재진 질문에 이 후보는 “특별한 얘기는 없었다”며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보완해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답했다.


이 후보는 이날 2019년 문재인 정부가 도입했던 다주택자 보유세 중과도 거듭 반대했다. ‘경제 유튜브 연합 토크쇼’에서 “굳이 집 사겠단 사람들 말리지 말자. 세금 때려 넣어 억누르려 하지 말자”며 “그 대신 살 만한 집을 구해야겠다는 사람에게는 충분한 공급을 해 주자”고 강조했다. “투자 수단으로 부동산에 접근하는 것을 막을 길은 없다. (과거) 그걸 어거지로 하다가 문제가 많이 생겼다”면서 한 말이었다.

이 후보는 이날 어버이날을 맞아 “기초연금 부부 감액을 단계적으로 줄여 어르신 부부가 좀 더 여유롭게 지내시도록 돕겠다”는 노인 공약도 발표했다. ▶어르신 돌봄 국가책임제 ▶임플란트 건강보험 적용 확대 ▶공공일자리 및 노인 복지시설 확충 ▶맞춤형 주택연금 확대 ▶ 공공신탁제도 도입 등을 약속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선거대책위원회 직능본부 민생정책 협약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선거대책위원회 직능본부 민생정책 협약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뉴스1

 
이 후보는 이날 민주당과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모두 지낸 김종인 전 위원장과 8개월 만에 오찬 회동을 했다. 이 후보 측 요청으로 자리가 성사됐고, 김 전 위원장이 “국민을 안심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취지의 조언을 했다고 한다.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중도·보수 진영의 보다 많은 합리적 인사를 포용하는 건 일시적 선거 전술이 아닌 당의 지속적 방향”이라며 “그런 분들이 참여할 공간을 많이 넓혀갈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