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이번 협정에 따라 미국은 연간 10만대 규모의 영국산 자동차에 대해 기존 25%의 관세를 10%로 인하하기로 했다. 또 영국산 철강 및 알루미늄에 대해 부과하던 25%의 관세도 철폐하기로 했다.
이에 대한 상응 조치로 영국은 에탄올, 소고기, 농산물, 기계류 등 미국산 제품에 대한 시장을 개방하기로 했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이번 합의를 통해 미국 수출업체에 50억달러의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영국에 대한 10%의 기본 상호관세는 유지되며, 이를 통해 약 60억달러의 세수가 발생할 것"이라고 밝혔다.
러트닉 장관은 영국이 이번 합의의 일환으로 미국 보잉 항공기 100억달러어치를 구매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8일 영국 웨스트미들랜즈에 있는 재규어 랜드로버 자동차 생산 공장에서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운데)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세부적인 내용은 추후 몇 주에 걸쳐 논의 후 합의될 예정이다.
앞서 스타머 총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미 행정부 관료들의 기자회견에 전화 통화로 참여해 "환상적이고 역사적인 날이다. 양국이 긴밀하게 협력해온 역사에 대한 진정한 헌사"라며 "경제 안보는 국가 안보로 귀결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에도 관련 입장을 밝혀 "우리는 과거 대통령이 결코 신경 쓰지 않았던 공정하고 개방적이며 상호적인 협정을 처음으로 체결했다"며 "오늘은 미국에 놀라운 날"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협정은 만약 다른 나라가 미국을 존경하고 진지한 제안을 테이블로 가져온다면 미국은 비즈니스에 열려있음을 보여준다"며 "더 많은 협정이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달 초 전 세계 무역 상대국을 대상으로 상호관세 부과를 발표하며 '글로벌 관세전쟁'을 선언한 이후 개별 국가와 무역 합의를 공식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재 미국은 영국 외에도 한국, 일본, 인도, 이스라엘 등 주요 교역국과 관세 및 비관세 장벽 해소를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다. 일부에서는 인도 등과도 원칙적 합의에 근접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10∼11일 스위스에서 열리는 중국과의 첫 무역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될 것이라는 기대도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영국과의 무역 합의를 발표한 뒤 기자들과 질의응답에서 중국과의 무역 협의를 거론하면서 "중국은 (우리와) 합의하기를 정말로 원한다"고 말했다. 그는 협의가 잘되면 중국에 대한 관세를 낮출 수 있냐는 질문에 "그럴 수도 있다"면서 "145%보다 더 높아질 수는 없지 않느냐. 그러니 우리는 관세가 낮아질 것임을 알고 있다"고 답했다.

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오벌 오피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무역 관련 발표를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좌우에는 JD 밴스 미국 부통령(왼쪽)과 피터 맨델슨 주미 영국 대사(오른쪽)가 서있다. AFP=연합뉴스
이날 뉴욕증시의 주요 주가지수는 장 초반 동반 강세를 보였다. 미국이 영국과 무역협상을 마무리했다는 소식에 다른 국가와의 협상도 순조로울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져서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이날 오전 11시 10분 현재(동부시간)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140.98포인트(0.34%) 오른 4만1254.95에 거래되고 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날보다 15.10포인트(0.27%) 상승한 5646.38, 나스닥종합지수는 75.61포인트(0.43%) 뛴 1만7813.77에 거래 중이다.
다만 발표가 이어지면서 주가지수는 상승폭을 줄였다. 미국과 영국이 큰 틀에서 무역협정을 맺은 것은 맞지만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선 별로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주요 외신도 이날 발표는 양국이 큰 틀에 합의했다는 점을 보여주는 수준일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했다. 통상적으로 무역 합의는 수년간의 협상 끝에 체결된다.
도이체방크는 이날 보고서에서 "완전한 무역 협정은 협상하는 데 수년이 걸린다"며 "이번 합의는 하나의 틀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