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던 편의점도 내수 침체에 이익 꺾였다

지난 3월, 서울 중구 롯데마트 제타플렉스 서울역점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3월, 서울 중구 롯데마트 제타플렉스 서울역점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불황에 따른 내수 침체로 잘 나가던 편의점마저 영업이익이 대폭 줄어드는 등 유통업계 1분기 실적에 그늘이 짙어지고 있다. 해외 사업과 기저 효과를 제외하면 의미있는 성장을 이루지 못했다는 평가다. 유통업체들은 5월 ‘가정의달’ 특수가 반영될 2분기에 실적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

베트남 덕에 웃은 롯데쇼핑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 내부 모습. 사진 롯데쇼핑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 내부 모습. 사진 롯데쇼핑

 
베트남·인도네시아 등 해외 시장 개척에 적극 나섰던 롯데쇼핑은 1분기 경기 침체에도 좋은 실적을 냈다. 롯데쇼핑은 1분기 매출 3조4568억원, 영업이익 1482억원을 기록했다고 9일 공시했다.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이 148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9% 증가했다.

국내에서는 백화점(-1.4%)과 마트(-3.4%) 매출이 동반 감소했지만 해외에서는 사정이 달랐다. 1분기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의 매출이 21.9% 증가하며 베트남 백화점(3곳) 전체 매출이 33.8% 성장했고, 인도네시아 백화점 매출도 2.7% 늘었다. 마트 역시 베트남에서 8.2%, 인도네시아에서 10%의 매출 증가율을 보였다.

해외 사업 효과로 백화점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4.3% 늘었다. 지난해 마산점을 폐점하고 본점·잠실점을 리뉴얼하는 등 점포 효율화를 시도한 것도 실적에 기여했다. 하지만 내수 침체 직격탄을 맞은 마트(-35%)와 수퍼(-74%)는 영업이익이 크게 줄었다. 

김원재 롯데쇼핑 재무본부장은 “앞으로도 동남아시장을 중심으로 해외 사업을 안정적으로 확장하고 국내 주요 점포의 리뉴얼과 신규 사업을 적극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난 2월 인천공항 1터미널 면세구역의 모습. 연합뉴스

지난 2월 인천공항 1터미널 면세구역의 모습. 연합뉴스

 
현대백화점은 면세점과 자회사 지누스가 선전하며 호실적을 거뒀다. 이날 현대백화점은 1분기 매출 1조981억원, 영업이익 1125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4%, 영업이익은 63.3% 올랐다.

백화점은 매출(-0.8)과 영업이익(-5.7%)이 소폭 하락했지만 면세점 매출은 22.1% 오른 2935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급감했던 해외 여행 수요가 올해 들어 회복되며 기저효과를 누렸다. 매트리스 전문업체인 지누스는 미국 판매 증가로 매출(2499억원)이 지난해 1분기 대비 64.2% 증가했고 영업이익 275억원으로 흑자전환하며 실적에 기여했다. 

현대백화점은 실적을 발표하며 211억원 규모 자사주(33만9433주, 지분 1.5%) 취득도 공시했다. 또한 보유 중인 현대홈쇼핑 지분 전량(88만1352주, 지분 7.34%)을 그룹 지주사인 현대지에프홀딩스에 519억원에 매각한다고 밝혔다. 현대지에프홀딩스의 지주사 전환 이후 계열사간 지분 정리 작업의 일환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현대홈쇼핑 지분 매각으로 발생한 일회성 이익은 자사주 취득을 통해 주주에게 환원하게 됐다”며“저평가돼 있는 기업가치를 제고시키겠다는 경영진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덧붙였다.

편의점, 내수 침체 직격탄

GS25 관계자가 밸런타인데이 판촉 상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 GS리테일

GS25 관계자가 밸런타인데이 판촉 상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 GS리테일

 
내수 경기에 의존하는 편의점 업계는 소비 둔화의 여파를 피하지 못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1분기 편의점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0.4% 감소했다. 편의점이 분기 기준 역성장을 기록한 것은 지난 2013년 통계 작성 이래 처음이다.

이날 GS리테일이 공시한 1분기 실적을 살펴보면 매출 2조761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22.3% 급감했다. 편의점 GS25의 영업이익이 34.6% 줄었고, 수퍼마켓 GS더프레시(-21.2%)와 홈쇼핑 GS샵(-31.7%)도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도 전날 1분기 실적 발표를 통해 매출(2조165억원)은 3.2% 늘어난 반면 영업이익(226억원)은 30.7% 줄었다고 밝혔다.

오린아 LS증권 연구원은 “유통 산업은 조기 대선 이후 새정부의 내수 부양책 기대감이 있다”며 “5월 선물 수요와 할인행사 결과가 반영된 2분기 실적은 개선 여지가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