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전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놀이를 하는 모습.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는 사진. 뉴스1
한국 아동·청소년의 기초학력 성취도는 선진국들을 압도한 반면 신체 건강은 하위권, 정신 건강은 최하위권에 머무른다는 내용의 보고서가 발표됐다.
유니세프(유엔아동기금·UNICEF) 아동연구조사기관인 이노첸티연구소는 13일(현지시간) 선진국 아동·청소년의 복지 실태를 분석한 '예측 불가능한 세계, 아동의 건강'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는 아동의 삶의 질을 분석하기 위해 3개 분야(정신 건강, 신체 건강, 삶의 질)에서 총 6개 지표(생활 만족도, 청소년 자살률, 아동 사망률, 과체중 비율, 학업 성취도, 사회 교류)를 분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세계보건기구(WHO), 유니세프 등의 2018∼2022년 아동 관련 자료 등을 분석에 활용했다.
보고서는 종합 분석 결과 한국 아동의 종합적인 복지 실태가 36개국 중 27위에 그친다고 판단했다. 자료 중 일부만 존재하는 국가는 종합 순위에서 제외됐다.
우선 한국 아동의 기초 학력은 40개국 중 1위로 비교 대상 중 으뜸이었다. 기초 학력 데이터는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을 정도로 읽기·수학 능력을 가진 15세 학생의 비율'로 측정했다. 한국(79%)에 이어 아일랜드(78%), 일본(76%), 에스토니아(75%) 등 순이었다.
반면 콜롬비아(19%), 코스타리카(20%), 멕시코(20%), 불가리아(30%) 등은 이 비율이 매우 낮았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전 세계의 학교가 문을 닫은 탓에 평균적인 학업 성취도가 큰 폭으로 저하됐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학업 성취도 지표와 가장 극단적 대비를 이루는 한국의 지표는 자살률이었다. 이 보고서에서 우리나라의 최근 3년(2020∼2022)간 15∼19세 인구 10만명당 자살률 평균은 10.3명에 달해 비교 대상 42개국 중 5위였다.
자살률과 함께 '정신 건강' 분야를 구성하는 '생활 만족도' 조사에서도 한국은 36개국 중 30위에 그쳤다. 전체적인 생활 만족도를 0∼10점 척도로 묻는 설문에서 5점 이상으로 답한 15세 학생이 한국은 65%뿐이었다. 이 지표에서는 네덜란드(87%), 핀란드(82%), 루마니아(81%) 등의 순위가 높았고, 튀르키예(43%), 칠레(62%), 영국(62%) 등은 하위권이었다.
아동(5∼14세) 1000명 당 사망률, 과체중 아동 비율 등을 토대로 분석한 '신체 건강' 분야에서도 한국은 중하위권을 맴돌았다. 아동 사망률은 1000명 당 0.7명으로 비교적 낮았으나, 비만율은 33.9%로 43개국 중 7위로 높았다.
이노첸티연구소는 보고서에서 "지난 5년간 대부분 국가에서 삶의 만족도가 저하되고 학업 능력이 떨어지는 경고 신호가 나타났다. 과체중 비욜도 높아졌다"며 "이런 추세는 OECD·EU 국가들이 아동에게 좋은 유년기나 긍정적인 미래를 위한 환경을 제공하는 데 큰 어려움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