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부실 보험회사인 MG손해보험을 계약 이전 방식을 통해 정리하기로 했다. 기존 MG손보 계약을 5대 대형 손해보험사(삼성화재ㆍDB손보ㆍ현대해상ㆍKB손보ㆍ메리츠화재)로 나눠 옮기는 방식이다. 150만 건이 넘는 계약을 이전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만큼 가교보험사를 설립해 이를 지원한다. 보험 계약자 피해가 없도록 보장 수준은 기존과 동일하게 유지한다.
14일 금융위원회는 정례회의를 열고 MG손보의 신규 계약 체결을 금지하는 일부 영업정지를 의결하고, 5개 손보사로의 계약 이전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계약 이전까지 필요한 준비 기간 가교보험사가 MG손보 계약을 유지·관리한다. 올해 3월 말 기준 MG손보 보험 계약자는 개인 121만 명, 법인 1만 개 사다. 이들이 가입한 151만 건의 보험 계약을 최우선으로 보호한다는 게 금융당국 원칙이다.
예금보험공사는 올 2~3분기 중 가교보험사를 설립하고 MG손보의 모든 자산·부채를 이전받는다. 계약자는 기존 MG손보 이용 때와 동일하게 가교보험사를 통해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다. 가교보험사는 향후 계약을 이전받기로 한 5개 손보사와 예보가 공동 경영한다.
2026년 말 계약 이전 “100% 동일 조건”
5개 손보사가 최종 계약을 이전받기까진 1년 이상 걸릴 예정이다. 5개 손보사가 계약 이전을 위한 전산시스템을 구축하고, 기존 보험 계약의 배분 방식을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금융위는 2026년 말까지 계약 이전을 최종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기존 보험 계약은 보장 내용, 만기, 보험료 등 모든 조건의 변경 없이 가교보험사와 5대 손보사로 순차적으로 이전한다. 권대영 금융위 사무처장은 “기존 보험 계약자에게 어떠한 손해나 불이익도 없다. 불안해하지 않아도 된다”며 “100% 동일한 조건으로 계약을 이전해 보험료가 오를 일도 없다”고 강조했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이 1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 브리핑을 갖고 MG 손해보험에 대한 영업 일부정지 및 향후 처리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가교보험사 운영과 계약 이전을 위한 정리에 들어가는 비용은 예금자보호기금을 통해 충당한다. 해당 기금은 보험사들이 계약자 보호를 위해 적립해놓은 돈이다. 국고 등 공적자금은 쓰지 않는다. MG손보의 지난해 말 순자산(자산-부채)이 –1250억원으로, 자산보다 빚이 더 많은 상태다. 계약 이전 때 5대 손보사의 손해가 없도록 하기로 한 만큼 필요 기금 규모가 수천억원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금융당국은 “MG손보에 대한 정밀한 자산·부채 실사를 거쳐야 예보기금 투입 규모를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MG손보 임직원에 대한 구조조정도 불가피하다. MG손보 임직원은 521명(지난달 말 기준)인데 신규 계약 체결을 금지한 만큼 보험금 지급과 계약 이전을 준비한 최소한의 인력만 가교보험사에서 채용한다. 이 때문에 대대적 구조조정을 반대하는 MG손보 노조가 계약 이전의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MG손보 노조는 전날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교보험사를 설립한다면 총파업을 통해 금융위에 책임을 묻겠다”며 “가교보험사 설립과 손보사 계약 이전 과정에서 직원들은 어떠한 협조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