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진법사 전성배씨(왼쪽),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 윤모씨. 뉴스1.독자제공.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부(부장 박건욱)는 윤모(48)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전씨에게 “김건희 여사를 함께 만나자”는 취지로 보낸 메시지를 확보했다. 시기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당선된 직후인 지난 2022년 3월인 것으로 파악됐다. 전씨는 “좋은 날이 있을 것”이라고 답장했다고 한다.
검찰은 시점과 내용에 주목하고 있다. 부정청탁을 했다고 입증하기 위해 윤 전 본부장이 윤 전 대통령 부부를 실제로 만났는지가 중요한데, 해당 메시지가 이를 입증할 핵심 증거가 될 수 있어서다. 검찰은 윤 전 본부장이 전씨를 통해 김 여사에게 금품을 제공하고, 캄보디아 공적개발원조(ODA) 등을 통일교 측 현안 5가지를 윤 전 대통령 부부에게 청탁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전씨는 김 여사가 운영했던 코바나컨텐츠 고문을 맡는 등 윤 전 대통령 부부와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캄보디아 공적개발원조 수주를 위해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통해 청탁을 시도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사진은 2023년 훈센 당시 캄보디아 총리(오른쪽)와 만난 윤 전 본부장(왼쪽). 독자 제공
같은 달 다른 행사에선 “통일 세계 위해선 재정 확보가 중요하다. 그 방식이 ODA”이라며 “3월 22일 윤 대통령을 만났을 때 얘기했고, 합의라는 표현은 적절치 않고 동의가 있었다”고 주장한 것으로 조사됐다.
윤 전 본부장 측은 “2022년 4월쯤 전씨를 소개받았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윤 전 본부장과 전씨와 대선 직후 문자를 주고받은 점, 이보다 앞선 2021년 12월 윤 전 본부장의 아내 이모씨가 전씨에게 3000만원가량을 전달한 정황까지 조사됐다. 결국 검찰 조사에서 윤 전 본부장은 대부분 혐의를 인정했다고 한다.

억대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무속인 '건진법사' 전성배씨가 12일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두 번째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전씨는 윤 의원에게 “권성동, 윤한홍 등 나름 인연 있는 사람들에게 부탁하여 무리하지 않게 3명 부탁했는데, 지금 1명 들어가고 2명은 아직 확정을 못 하고 있다“고 메시지를 보냈다. 또 “논공행상은 하늘의 뜻이고 당선자를 지키는 힘이다. 내가 이 정도도 안 되나 싶다”고 토로한 것으로 조사됐다. 윤 의원은 전씨에게 “아무런 도움이 못되고 있으니 죄송할 따름”이라고 답했다.
검찰은 윤 전 대통령의 이날 행적 파악을 위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관계자 조사 등을 검토 중이다. 이날 공개된 윤 전 대통령 일정은 오전 10시 인수위 간사단 회의와 오후 국민의힘 제주도당위원장과의 면담이다. 한 인수위 관계자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긴밀히 주요 안건을 논의하거나 보안 문제 등으로 대통령 당선인은 외부 인사와의 비공개 만남 잦다”며 “윤 전 대통령이 윤 전 본부장과 만난 지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