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건진·통일교' 만남 커넥션 있었나…檢 '2022년 3월 22일' 주목

건진법사 전성배씨(왼쪽),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 윤모씨. 뉴스1.독자제공.

건진법사 전성배씨(왼쪽),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 윤모씨. 뉴스1.독자제공.

무속인 ‘건진법사’ 전성배(64)씨의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를 수사 중인 검찰이 ‘2022년 3월 22일’을 주시하고 있다. 김건희 여사에게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을 건넨 혐의를 받는 전직 통일교 간부와 전씨 모두 이 날짜와 연관되면서다.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부(부장 박건욱)는 윤모(48)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전씨에게 “김건희 여사를 함께 만나자”는 취지로 보낸 메시지를 확보했다. 시기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당선된 직후인 지난 2022년 3월인 것으로 파악됐다. 전씨는 “좋은 날이 있을 것”이라고 답장했다고 한다.

 
검찰은 시점과 내용에 주목하고 있다. 부정청탁을 했다고 입증하기 위해 윤 전 본부장이 윤 전 대통령 부부를 실제로 만났는지가 중요한데, 해당 메시지가 이를 입증할 핵심 증거가 될 수 있어서다. 검찰은 윤 전 본부장이 전씨를 통해 김 여사에게 금품을 제공하고, 캄보디아 공적개발원조(ODA) 등을 통일교 측 현안 5가지를 윤 전 대통령 부부에게 청탁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전씨는 김 여사가 운영했던 코바나컨텐츠 고문을 맡는 등 윤 전 대통령 부부와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캄보디아 공적개발원조 수주를 위해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통해 청탁을 시도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사진은 2023년 훈센 당시 캄보디아 총리(오른쪽)와 만난 윤 전 본부장(왼쪽). 독자 제공

검찰은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캄보디아 공적개발원조 수주를 위해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통해 청탁을 시도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사진은 2023년 훈센 당시 캄보디아 총리(오른쪽)와 만난 윤 전 본부장(왼쪽). 독자 제공

윤 전 본부장은 전씨와의 문자 이후인 2022년 3월 22일 윤 전 대통령과의 독대를 통일교 행사에서 주장해왔다. 그는 2022년 5월 한 통일교 행사에서 “3월 22일 대통령(당시 당선인 신분)을 만나 1시간 독대를 하면서 이 나라가 가야 할 방향을 이야기하고 암묵적 동의를 구한 게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ODA는 비영리기구(NGO)가 펀딩 가능하고 국가가 지원한다”고도 했다.

 
같은 달 다른 행사에선 “통일 세계 위해선 재정 확보가 중요하다. 그 방식이 ODA”이라며 “3월 22일 윤 대통령을 만났을 때 얘기했고, 합의라는 표현은 적절치 않고 동의가 있었다”고 주장한 것으로 조사됐다.


 
윤 전 본부장 측은 “2022년 4월쯤 전씨를 소개받았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윤 전 본부장과 전씨와 대선 직후 문자를 주고받은 점, 이보다 앞선 2021년 12월 윤 전 본부장의 아내 이모씨가 전씨에게 3000만원가량을 전달한 정황까지 조사됐다. 결국 검찰 조사에서 윤 전 본부장은 대부분 혐의를 인정했다고 한다.

억대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무속인 '건진법사' 전성배씨가 12일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두 번째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억대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무속인 '건진법사' 전성배씨가 12일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두 번째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2022년 3월 22일 전씨가 윤 전 본부장과 함께 윤 전 대통령을 만났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전씨가 당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청와대이전 TF팀장을 맡았던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에게 인사에 대한 불만을 적은 메시지를 보낸 날이어서다.

 
전씨는 윤 의원에게 “권성동, 윤한홍 등 나름 인연 있는 사람들에게 부탁하여 무리하지 않게 3명 부탁했는데, 지금 1명 들어가고 2명은 아직 확정을 못 하고 있다“고 메시지를 보냈다. 또 “논공행상은 하늘의 뜻이고 당선자를 지키는 힘이다. 내가 이 정도도 안 되나 싶다”고 토로한 것으로 조사됐다. 윤 의원은 전씨에게 “아무런 도움이 못되고 있으니 죄송할 따름”이라고 답했다.

검찰은 윤 전 대통령의 이날 행적 파악을 위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관계자 조사 등을 검토 중이다. 이날 공개된 윤 전 대통령 일정은 오전 10시 인수위 간사단 회의와 오후 국민의힘 제주도당위원장과의 면담이다. 한 인수위 관계자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긴밀히 주요 안건을 논의하거나 보안 문제 등으로 대통령 당선인은 외부 인사와의 비공개 만남 잦다”며 “윤 전 대통령이 윤 전 본부장과 만난 지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