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4일 경남 밀양시 밀양관아 앞에서 열린 유세에서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윤석열 전 대통령의 “단결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도화선이었다. 6·3 대선을 20여일 앞두고 국민의힘 안팎에서 윤 전 대통령의 자진 탈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11일 페이스북에 ‘국민께 드리는 호소’라는 제목의 글에서 “우리의 반대편은 강력하다. 이제 우리는 단결해야 한다”며 “6·3 대통령 선거는 단순한 정권 교체의 문제가 아니라 자유 대한민국 체제를 지킬 것인가, 무너뜨릴 것인가 그 생사의 기로에 선 선거”라고 밝혔다.
당내 경선에서 ‘윤석열 개입설’로 곤욕을 치렀던 당은 비상이 걸렸다. 윤 전 대통령이 대선에도 개입할 의사를 드러낸 것이라 해석됐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탄핵 국면과 선거 국면은 완전히 다르다. 지금은 윤 전 대통령이 나설 때가 아니다”고 말했다.
윤 전 대통령 탈당 혹은 출당론에 가장 적극적인 이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으로 내정된 김용태 의원이다. 지난 12일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지명을 받은 김 의원은 12·3 비상계엄에 대한 사과와 함께 “국민께서 놀라실 정도로 빠르게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공언했다. 그다음 날엔 윤 전 대통령 탈당과 관련해 “당내 컨센서스를 도출해 국민 상식에 맞는 판단을 할 것”이라며 “스스로 결단해야 한다는 건 저도 여러 차례 말한 적 있다”고 했고, 출당론과 관련해서도 “여러 이야기를 듣고, 숙고 중”이라고 했다.
김문수 후보는 지난 13일 “당이 뽑은 대통령을 탈당시키는 방식으로 책임이 면책될 수 없고, 도리도 아니다”며 선을 그으면서도 탈당과 관련해선 “윤 전 대통령께서 탈당하는 것은 본인의 뜻”이라고 했다. 김 후보는 14일 경남 사천 유세 뒤 윤 전 대통령 탈당과 관련해 “(윤 전) 대통령께서 잘 판단하실 것”이라고 했다.

김용태 국민의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 14일 서울 동작구 보라매공원을 찾아 산업재해 희생자 위령탑에 참배하고 있다. 뉴스1
당내에선 윤 전 대통령의 탈당 데드라인을 첫번째 대선 TV토론이 예정된 18일로 본다. 구(舊) 여권 관계자는 “용산 출신 비서관 A가 윤 전 대통령과 당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한다는 말이 있다”며 “1차 토론 전에는 결론이 나와야 탈당의 효과가 극대화될 것”이라고 했다.
윤 전 대통령의 탈당 요구가 커지는 건 보수 진영의 정체된 지지율과 맞물려 있다. 한국갤럽이 뉴스1 의뢰로 14일 공개한 여론조사(12~13일 성인 1002명 전화면접 조사,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이재명 후보의 지지율은 51%였다. 김 후보와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의 지지도는 각 31%와 8%에 그쳤다. 보수 후보 단일화가 그나마 승리할 수 있는 길인데, 윤 전 대통령이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게 당의 판단이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물론 아직 선대위에 합류하지 않은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나, 최근 합류 가능성이 거론되는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도 윤 전 대통령과의 단절, 당의 변화를 조건으로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탄핵을 반대했던 김문수이기에, 윤 전 대통령과의 관계를 끊어낼 수 있는 것”이라며 “오히려 배신자 프레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고 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1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내란 우두머리 혐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사건 3차 공판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