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간 총리 12명 바뀌고 대통령 지지율은 0%…페루, 정국 불안 최고조

14일(현지시간) 페루 정부는 관보를 통해 구스타보 아드리안센 페루 총리(사진)와 18명 장관 전원이 사임을 결정했다고 알렸다. AFP=연합뉴스

14일(현지시간) 페루 정부는 관보를 통해 구스타보 아드리안센 페루 총리(사진)와 18명 장관 전원이 사임을 결정했다고 알렸다. AFP=연합뉴스

중남미 국가 페루에서 총리가 의회 불신임 투표를 앞두고 사임했다. 4년간 12번째 총리 교체다. 여기에 대통령은 지지율 0%를 기록하는 등 정치권 전반에 대한 국민 불만이 높아지면서 정국 불안이 더욱 심화하고 있다.

14일(현지시간) 현지 일간 엘코메르시오 등에 따르면 페루 정부는 이날 관보를 통해 구스타보 아드리안센 총리와 18명 장관 전원의 사임 결정을 알렸다. 아드리안센 총리는 경제 및 치안 악화, 입법부와의 소통 노력 부족 등의 이유로 의회 불신임 투표를 앞두고 있었는데 그 전에 자진 사퇴한 것이다. 페루에서는 헌법에 따라 총리가 각료회의 의장을 맡고 있어 총리가 물러나면 나머지 각료 역시 동반 사퇴해야 한다. 디나 볼루아르테 페루 대통령은 이들의 사의를 수용했으며, 후임 총리로 자신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에두아르도 아라나 법무장관을 지명했다고 엘코메르시오가 전했다.

지난해 1월 9일, 시위 진압 과정에서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한 것 관련 디나 볼루아르테 대통령을 규탄하는 시위에 참가한 페루 국민들. AFP=연합뉴스

지난해 1월 9일, 시위 진압 과정에서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한 것 관련 디나 볼루아르테 대통령을 규탄하는 시위에 참가한 페루 국민들. AFP=연합뉴스

페루는 지난 2020년부터 4년 동안 총리가 무려 12번 바뀌었다. 평균 한 사람 당 총리직을 4개월씩 수행한 셈이다. 다만 이번에 사임한 아드리안센 총리의 재임 기간은 1년 2개월이었다. 2000년부터 보면 1999년 10월 임명된 호세 알베르토 부스타만테 전 총리 이후 아드리안센 총리까지 34명이 총리직을 맡았다. 

볼루아르테 대통령도 정치권과 국민들로부터 사임 압박을 받고 있다. 여론조사 업체 입소스가 현지 언론 '페루 21' 의뢰로 지난 8∼9일 전국 만 18세 이상 1207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대통령 국정운영 관련 대면 설문 결과, 대통령 국정운영에 대한 긍정 평가는 2%였다. 기예르모 롤리 입소스 이사는 페루 21 인터뷰에서 "세계적으로도 전례가 없는 낮은 지지율"이라고 짚었다. 블룸버그는 "볼루아르테는 세계에서 가장 인기없는 대통령 중 한 명"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광업 지대인 북부 지역에서는 대통령 긍정 평가가 '0%'를 기록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고 페루 21은 전했다. 아르헨티나 매체 인포배는 "이 여론조사는 오차범위가 ±2.8%이므로, 사실상 페루 전역에서 지지율이 0%로 떨어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최근 페루에선 광산 보안요원 13명이 불법 채굴업체와 결탁한 범죄자들에게 잔혹하게 희생된 사건이 있었는데, 현지 언론들은 원래 좋지 않았던 볼루아르테 정부에 대한 여론이 이 사건을 계기로 최악으로 치달았다고 입을 모았다. 


디나 볼루아르테 페루 대통령이 지난해 4월 5일 '롤렉스스캔들' 관련 검찰 진술 후 정부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계를 보여주고 있다. AFP=연합뉴스

디나 볼루아르테 페루 대통령이 지난해 4월 5일 '롤렉스스캔들' 관련 검찰 진술 후 정부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계를 보여주고 있다. AFP=연합뉴스

페루 최초의 여성 대통령인 볼루아르테 대통령은 그간 불법 자산 증식 및 공직자 재산신고 누락 혐의, 시위 진압 과정에서의 다수의 사상자 발생과 관련한 집단살해 혐의 등으로 검찰 수사 대상에 오른 바 있다. 특히 공식 석상에서 롤렉스 시계를 착용한 모습이 여러 번 포착되며 불거진 '롤렉스 스캔들'은 볼루아르테 정부의 부패 논란을 부각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수 차례 그에 대한 탄핵 시도가 있었지만 모두 무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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