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15일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통해 미국 의약품 정책 변화에 따른 대응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의약품 정책 변화와 관련해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사업이 성장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르면 이번 주 발표를 앞둔 의약품 품목 관세에 대해서도 부정적 영향이 없을 것이라며 지나친 우려를 자제해달라고 강조했다.
15일 열린 온라인 기자 간담회에서 서 회장은 트럼프 행정부의 약가 인하 정책과 의약품 관세 부과에 대한 대응 방안을 발표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2일(현지시간) 자국 내 의약품 가격을 타국 수준으로 낮추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전 세계에서 약값이 가장 저렴한 나라와 같은 수준’으로 약값을 인하하겠다는 목표다.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바이오시밀러가 고가의 오리지널 의약품을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과 함께 수익성 악화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서 회장은 “미국 시장에 자체 개발 바이오시밀러를 판매하는 기업은 사실상 셀트리온이 유일하다. 국내 기업 중 이번 약가 인하 정책에 가장 민감하다는 의미”라며 “하지만 (미국에서) 유럽보다 비싸게 파는 약이 없기 때문에 가격 인하 압박을 받을 요인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소비자들로서는 오리지널이나 바이오시밀러 약값이 큰 차이가 없다. 중간 유통 과정에서 마진이 많이 붙기 때문”이라며 “이번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으로 중간 유통 구조가 단순해지면 바이오시밀러를 생산하는 셀트리온 입장에서는 더 많은 기회가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의약품 품목 관세에 대해서도 재고가 충분해 단기적 영향이 없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 약가 인하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의약품 품목별 관세도 2주 내 발표하겠다고 예고했다. 서 회장은 “미국에서 판매하는 램시마, 트룩시마 등은 현지 제약사(화이자 등)를 통해 판매하고 있어 관세 영향을 받지 않는다. 게다가 15~21개월 치 재고를 보유하고 있어 관세가 어떻게 발표되든 내년 말까지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내년 말 이후를 대비해 현지 생산 시설 확충 등 장기 계획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서 회장은 “10만 리터(L) 규모 생산시설을 지을 경우 한국에서는 1조3000억원에 가능하지만 미국에서는 2조원은 필요하기 때문에 신중하게 검토 중”이라며 “의약품 관세 등 관련 정책이 구체화되면 공장 설립 지역과 시기 등을 고려해 올 연말까지 계획을 확정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