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관종? 의원직 아웃"...트럼프, 욕설 날리며 감세 반대파 진압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감세와 국경 강화 예산 등이 포함된 이른바 ‘하나의 아름다운 법안(메가 법안)’에 반대하는 당내 강경파들의 면전에서 욕설을 섞어가며 입장 변경을 압박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왼쪽)과 함께 20일(현지시간) 공화당 하원 의원총회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왼쪽)과 함께 20일(현지시간) 공화당 하원 의원총회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AP=연합뉴스

인플레이션 압박 속에 지지율이 하락하며 중국과 ‘관세 휴전’을 맺은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에서 미국인의 불만을 상쇄할 감세 등 서민들을 위한 비용 절감 대책이 절실해진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반대하면 의원직 아웃”…8번 면전에 ‘맹비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비공개로 공화당 하원 의원총회에 참석해 욕설을 섞어 “메디케이드는 건드리지 말라”고 말했다고 미 의회 전문매체 더힐 등이 전했다. 메디케이드는 저소득층을 위한 의료보험으로, 공화당 내 강경파 모임인 프리덤 코커스는 정부 지출의 대폭적 삭감이 필요하다며 메디케이드 예산의 추가 삭감을 요구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공화당 하원 의원총회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공화당 하원 의원총회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A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의총 참석에 앞서 기자들에게 “우리가 삭감하는 유일한 것은 사기와 낭비, 남용(예상)”이라며 “어떠한 의미 있는 예산도 삭감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공개로 진행된 회의에선 감세를 위해 불가피한 전제 조건인 정부 부채를 늘리는 법안에 반대하고 있는 토머스 매시 의원(켄터키·공화)을 언급하며 “그는 정부를 이해하지 못하는 관종”이라며 “그는 의원직에서 아웃(out)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매시 의원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비공개 의총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나를 8번에 걸쳐 비난했다”고 전했다.


“공제한도 인상은 민주당만 이롭게 해”

반대 성격의 요구도 직접 진압했다. 그는 SALT(State And Local Tax·연방 및 지방정부 세금) 공제한도를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뉴욕·뉴저지·캘리포니아 지역 공화당 의원들을 향해 “해당 주(州)는 민주당 주지사가 있는 곳으로, (한도 인상은) 민주당만 이롭게 할 것”이라며 “(요구를) 그만 두라”고 했다.  

SALT 공제한도는 원래 무제한이다가 2017년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납세자당 1만 달러(약 1386만원)로 제한됐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세금 정책은 캘리포니아 등 세금이 높은 민주당 강세 지역에 직접적인 타격을 줬고, 민주당은 “정부가 세금 정책을 차별적으로 사용한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대선 때 민주당 강세지의 표심을 의식해 스스로 만든 SALT 공제한도를 철폐할 뜻을 밝혔다. 그러나 당선 뒤 법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공제한도를 3만 달러(약 4160만원)로 제한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당내 공제한도 상향 요구에 대해 “민주당만 이롭게 한다”고 한 배경은 공약을 최소한 이행하되 민주당 지역 주민에 대한 혜택을 최소화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68%의 세금 인상 감당할 수 있나?”

트럼프 대통령은 감세안이 담긴 메가 법안과 관련 “이게 통과되지 않으면 68%의 세금 인상을 겪게 된다”며 “어떤 공화당원이 이것(증세)을 지지할 수 있겠느냐. 그들(증세 지지자)은 (투표로) 빠르게 퇴출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법안이 통과되면)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하는 세금 감면을 받게 될 것”이라며 “이는 역사상 가장 큰 감세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월마트 아동 장난감 코너에 인형이 진열되어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로 인한 물가 상승과 관련 "아이들은 인형 30개가 아닌 2개만 있어도 괜찮다"고 주장하면서 인형은 관세로 인한 인플레이션을 상징하는 품목으로 인식되고 있다. EPA=연합뉴스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월마트 아동 장난감 코너에 인형이 진열되어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로 인한 물가 상승과 관련 "아이들은 인형 30개가 아닌 2개만 있어도 괜찮다"고 주장하면서 인형은 관세로 인한 인플레이션을 상징하는 품목으로 인식되고 있다. EPA=연합뉴스

이날 공개된 로이터통신의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42%를 기록하며 1주일 전보다 2%포인트 하락했다. 지난 대선에서 상대적으로 우위를 보였던 경제정책에 대한 지지율이 39%로 하락하며 지지율 하락을 이끌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중국과의 관세 휴전으로 물가 관리에 대한 지지율이 33%를 기록하며 지난주(31%)보다 2%포인트 높아졌지만, 인플레이션 요인은 여전히 트럼프 대통령에게 가장 큰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에선 물가에 대한 부담과 불안감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조속한 감세를 통해 불만을 상쇄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26일 현충일 휴원 전 조속 처리 시도 

실제 공화당 소속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26일부터 의회가 메모리얼 데이(현충일) 휴회에 들어가기 전에 법안을 통과시킨다는 목표를 세워두고 있다. 공화당 역시 감세를 통한 여론의 반등이 시급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가운데)이 20일(현지시간) 공화당 하원 의원총회에 참석한 뒤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왼쪽)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가운데)이 20일(현지시간) 공화당 하원 의원총회에 참석한 뒤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왼쪽)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AP=연합뉴스

현재 미 하원은 435석(2석 공석) 중 공화당이 220석으로 민주당(213석)을 근소하게 앞서 있다. 만약 당내 반대 세력이 협조하지 않을 경우 법안 처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18일 1차 관문인 하원 예산위에서 우여곡절 끝에 처리됐고, 현재 운영위와 본회의 처리 절차를 남겨놓고 있다.

로이터는 이날 전문가들을 인용해 “메가 법안으로 인해 미 연방정부에 3조~5조 달러(약 4161조~6396조원)의 부채가 더해질 것으로 추산된다”고 전망했다. 미국의 국가부채는 현재 약 36조2200억 달러(약 5경744조원)에 달한다. 과도한 국가부채로 인해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최근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최고 등급인 ‘Aaa’에서 ‘Aa1’로 1단계 하향 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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