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 탈출 해법?…무협 “필립스처럼 제조·서비스 융합 수출”

1891년 창업한 네덜란드의 ‘국민 기업’ 필립스. 전구로 유명한 정보기술(IT) 제조업체다. 하지만 최근엔 제조에 서비스까지 더하는 식으로 체질을 바꿨다. 단순히 전구를 파는 데 그치는 대신 낡은 형광등을 스마트 센서가 달린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으로 바꿔주고, 사용 기간 수리는 물론 다 쓴 형광등을 재활용하는 서비스까지 제공한다.

저성장 시대로 진입한 한국 경제가 다시 도약하려면 필립스처럼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융합을 통한 수출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21일 펴낸 ‘제조-서비스 융합 진단과 수출 확대 방안’ 보고서에서 지난 수십 년 동안 한국 경제의 성장을 이끈 상품 수출이 미국발 통상 압력과 지정학적 분쟁으로 더는 성장을 담보하기 어려운 상황에 부딪혔다며 이같이 조언했다.

보고서는 먼저 서비스 수출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했다. 연구원이 한국은행 산업연관표를 분석한 결과 서비스 수출의 부가가치 유발 효과가 2015년 86조원에서 2022년 160조원으로 늘었다. 서비스를 1원 수출할 때 유발한 부가가치액을 뜻하는 부가가치 유발도는 2022년 0.78원을 기록했다. 상품 수출의 부가가치 유발도(0.64원)보다 0.14원 높다. 서비스 수출의 부가가치 유발액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15년 5.2%에서 2022년 6.7%로 늘었다.

하지만 한국 제조업의 서비스 수출 속도는 선진국에 비해 더디다. 보고서는 한국 제조업의 서비스 중간재 투입 비중이 2015년 이후 20% 중반 수준에 머물렀다고 분석했다. 제조업 강국(독일·네덜란드·일본·한국·중국) 가운데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낮다. 제조업 가치사슬 연계 서비스의 수출 비중은 주요 5개국 중 가장 낮았다.

연구원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서비스무역제한지수(STRI)를 활용해 규제 수준을 분석한 결과 한국의 제조업 가치사슬 연계 서비스에 대한 규제 수준은 0.228로 나타났다. 일본(0.112), 네덜란드(0.124), 독일(0.153), 중국(0.225)보다 높았다.


연구원은 6·3 대통령 선거 이후 국가 차원의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규제 완화 ▶중장기 로드맵 제도화 ▶기업 대상 직·간접 지원 확대 ▶제조 기업 인식 전환 등을 제언했다. 김무현 무협 수석연구원은 “서비스 수출 대부분이 관광·콘텐트 등 제조업 가치사슬과 직접 연계성이 떨어지는 분야”라며 “제조와 서비스를 별개로 인식하는 관점에서 벗어나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 수 있는 산업으로 보는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